이미지 크게보기1년전, 심각했던 병실 보건의료개혁국민연대가 지난해 6월 4일 음압격리병상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메르스 환자의 사진을 18일 공개했다. 시민·소비자·보건의료전문가 등이 참여한 보건의료개혁국민연대는 효율적인 보건의료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 아래 메르스 환자 첫 발생 1주년이 되는 오는 20일 공식 출범한다. 연합뉴스

서울대 보건대학원 집담회

소통 부재로 사회적 비용 커져
국민 60% “한국, 메르스 잊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에게 최고의 숙주는 낙타가 아니라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였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1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서울대 보건대학원 주최로 열린 ‘한국의 메르스 사태 1년, 무엇이 변했고 무엇이 남아 있는가’ 집담회 발표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제2의 메르스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 메르스 사태의 직·간접적 원인인 보건의료체계를 점검하고 지카바이러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에 대비한 치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번 집담회에는 김 교수와 조병희·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탁상우 고려대 생물방어연구소 교수, 이철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등 각계 전문가들이 발표자로 나섰다.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토론자로 참여했다.

유명순 교수는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60%는 한국 사회가 이미 메르스 경험을 잊은 것 같다고 느끼고 있었고, 또 약 70%는 정부가 다른 감염병 발생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메르스 사태는 종료됐을지 모르지만, 상황 발생과 상황 종료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전문가, 정부, 언론, 시민사회 모두 ‘준비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유 교수는 “환자가 아무리 많아도 대응할 수 있다면 재난이라 하지 않지만, 기존의 시스템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그게 바로 재난”이라며 “이런 점에서 메르스는 분명 재난이었다”고 말했다.

조병희 교수는 “재난 상황 시 정부 역량 못지 않게 국민의 정부 신뢰도 중요한데 메르스는 정부의 소통 부재로 신뢰도가 낮아져 사회적 비용이 커진 사례”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외국 전문가들이 한국의 메르스 대처가 뛰어났다고 봤지만, 낮은 정보 투명성을 이유로 국민은 정부 평가에 부정적이었다”고 비판했다.

탁상우 교수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위기대응의 핵심 역량을 지역별 대비, 정보공유, 공중보건 감시체계 등으로 규정한다”며 “미국뿐만 아니라 대만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이후 위기관리 역량을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