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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간호사 227명 대상 조사
메르스 후속조치 부족도 지적
감염병 발생 가능성 높게 평가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를 진료했던 의료진들이 정부의 신종 감염병 대응능력에 대해 낙제점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앞으로도 신종 감염병 발생 가능성이 높고, 감염병의 심각성도 클 것으로 전망했다.

19일 중앙대 건강간호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저자 박혜자 삼성서울병원 간호사)에 따르면 지난해 메르스 확산 기간 동안 국내 5개 대형병원에 재직했던 의사 또는 간호사 227명을 대상으로 메르스 사태 종료 이후 신종 감염병에 대한 인식도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의료진들은 여전히 정부의 감염병 대응 태세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신종 감염병에 대한 정부 대응능력의 우수성에 대해 5점 만점에 2.00점, 약제 비축 확보의 적절성 경우 2.28점 등으로 낙제점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 반면, 향후 예방접종을 위한 항바이러스제가 품귀 현상을 빚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3.84점으로 높게 평가했다.

또 감염병 유행 정도에 따라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구분하는 현행 국가 감염병 위기 단계 분류 및 판단 기준 합당성도 2.65점으로 낮은 점수를 줬다.

이는 ‘신종 인플루엔자A(H1N1)’ 발생 후 메르스 발생까지 최소 5년이 지났지만, 일선 의료진은 정부의 신종 감염병 정책을 여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박 간호사는 분석했다.

논문은 또 지난해 메르스 대응기간 동안 정부의 메르스 대응지침이 수시로 변경된 것도 정책 신뢰성을 잃게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정부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사태 종식 이후에도 이렇다 할 시정조치가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의료진들은 정부의 대응 부족으로 앞으로도 신종 감염병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 위험도도 클 것으로 전망했다. 신종 감염병의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3.89점, 미래에 발생하는 신종 감염병의 심각도는 4.00점을 줬다.

연구논문을 지도한 이옥철 중앙대 간호학과 교수는 “대부분 의료인은 가까운 미래에 신종 감염병이 발생할 것이며, 감염병의 심각도도 높을 것으로 예측했지만, 지금까지의 대응능력은 미흡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국내 메르스는 지난해 5월 20일 첫 감염자가 발생한 이후 경기 평택·대전·서울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확산, 총 186명이 감염됐고 그중 38명이 사망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