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 취급 당해 불이익
사기진작 위한 배려 필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를 진료했던 의료진 자녀 4명 중 1명가량이 학교나 유치원 등교를 거부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고위험군 감염병 대응 시 의료진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보호 등 윤리적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중앙대 건강간호대학원 석사 논문(저자 박혜자 삼성서울병원 간호사)에 따르면 지난해 메르스 확산 당시 국내 5개 대형병원에 재직했던 의사 또는 간호사 가운데 자녀가 등교·등원을 거부당한 경험이 있는 경우가 24.7%에 달했다. 메르스 치료에 매진하고 있는 부모를 뒀다는 이유만으로 감염자 취급을 당한 셈이다.

이옥철 중앙대 교수는 “메르스 당시 의료인들은 감염 우려가 컸음에도 전문직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환자를 돌봤지만, 사회적으로는 감염자 취급을 받는 등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환자 진료는 의료진의 강제의무가 아니라 권리라고 할 수도 있는데 사회적으로 인식도가 낮고 제도화도 돼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실제 의료진은 메르스 확산 당시 이 같은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소속기관으로부터 윤리교육이 포함된 재난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의료진도 32.2%에 그쳤다. 이에 따라 의료인들은 신종 감염병 확산 시 ‘정보를 받을 권리 보장’과 ‘보호받을 수 있는 근무조건’ 등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률 차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국가 위기상황에서 헌신적으로 환자 진료에 임했던 많은 의료인의 사기진작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