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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케리 등 잇따라 비판
미셸도 “새위협 맞서 싸워야”
정치인·문화 인사까지 가세

올해 5월 미국 대학 졸업식 시즌의 최대 화두로 ‘반(反)트럼프’가 급부상하고 있다. 각 대학이 너도나도 졸업 연사로 유명 인사를 초빙하는데, 이들이 앞다퉈 사실상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찍지 말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버락 오바마 대통령부터 최근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뮤지컬 ‘해밀턴’의 연출자 린-매뉴얼 미란다까지 각계각층에서 불고 있는 반트럼프 전선이 대학 졸업식장까지 장악한 모양새다.

정치 전문 매체 롤 콜(Roll Call)은 지난 17일 ‘대학 졸업 연설의 정치학’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올해 대선을 맞아 정치인들이 졸업식 연설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올해 연설의 핵심 주제는 반트럼프라고 허핑턴포스트는 전했다. 선봉에 나선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5일 뉴저지주 러트거스대 졸업식에서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를 겨냥해 “2016년 졸업생들이여, 정치에서나 삶에서 무지는 미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부인 미셸 여사도 지난 4월 미시시피주의 잭슨 주립대 졸업식에서 “민권 운동을 무산시키지 않기 위해 투표권을 꼭 행사해서 새로운 위협이 되는 존재와 싸워 달라”고 주문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지난 6일 노스이스턴대 졸업식 연설에서 “오늘 졸업생들은 이 대학 역사상 가장 다양하게 구성돼 있고, 이는 곧 당신들이 트럼프에게는 최악의 악몽”이라고 비꼬았다. 트럼프와 트위터 설전을 벌였던 엘리자베스 워런(민주·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브리지워터 주립대 졸업 연설에서 “남을 증오하는 자는 계속 증오만 할 것이며, 여러분은 이런 현상을 흔들어서 깨야 한다”면서 직격탄을 날렸다. 여기에는 공화당 정치인들과 문화계 인사들도 가세했다. 반트럼프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밋 롬니 전 공화당 대선 후보는 최근 인디애나주 트라인대 졸업식에서 “좌·우파의 선동가들은 암흑의 천사들을 불러 모으고, 이민자와 무슬림, 은행가와 사업가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고 한다”면서 트럼프를 비판했다.

한편 잡지 피플은 최근 오바마 대통령과 미셸 여사, 워런 의원 연설 등을 포함해 올해 10대 졸업식 명연설을 선정했다. 특히 피플은 감동적인 연설로 지난해 남편을 잃은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의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졸업 연설을 꼽았다. 샌드버그 COO는 연설에서 충격을 극복하는 것은 “근육처럼 이를 키우고, 필요할 때 그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면서 슬픔을 담담히 풀어냈다.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의 “발을 헛디딘다고 매번 쓰러지는 게 아니며, 매번 쓰러진다고 그게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등의 발언도 명연설로 꼽혔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