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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유보금 이중 과세 우려
“불황에 비상금까지 세금떼나”

통신비 기본료 폐지 거론
‘면세특허연장’ 특혜로 인식
통신업계·면세점 ‘발등의 불’

“입장 설명밖에 대안이 없어”
경제단체들, 발로 뛸 준비

“별 대책이 있을까 싶네요. 국회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두들겨 맞을 각오를 하고, 핵심적인 것만 막는 것으로 스탠스를 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대기업 A사의 관계자는 21일 규제 지향 성향이 예상되는 20대 국회에 대한 대응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4·13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 재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법인세 인상, 사내유보금 과세, 통신비 기본료 폐지, 면세점 규제 강화, 최저임금 급인상 등 20대 국회가 반(反) 시장 성향의 입법활동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원내교섭단체가 3개로 늘어난 상황에서 접점을 넓혀야 할 엄중한 상황이지만 상임위원회 구성과 보좌진 면면이 드러나지 않는 ‘깜깜이 상황’이 20대 국회 원 구성 전까지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기업들은 우선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법인세 인상과 사내유보금 과세 등 더불어민주당이 내건 경제공약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더민주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이명박정부 이전 수준인 25%로 끌어올리고, 사내유보금 배당수익 10% 할증 공약도 내걸었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경기 회복이 요원한 상태에서 세금을 올리고 기업에 꼭 필요한 비상금까지 과세하는 우려스러운 상황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걱정했다.

경제단체들은 발품을 팔아 열심히 정책을 설명하는 길 외에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3당 체제가 되고 야당이 과반을 차지한 만큼 19대 국회 때보다 의원실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며 기업 상황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것 같다”면서 “대관 파트에서도 전보다 더 열심히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통신업계는 통신비 기본료 폐지를 우려하고 있다. 통신업체 B사 관계자는 “더민주의 한 의원이 개원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통신비 기본료 폐지를 얘기하고 있다”면서 “누가 상임위원장을 맡게 될지, 의원 보좌진은 어떻게 구성될지, 의원들의 성향은 어떨지 전부 새로 파악해야 해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기’가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최저임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가장 고민이 깊어진 것은 편의점 업계다. C사 관계자는 “인건비와 임대료 문제로 폐점하는 편의점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민주는 2020년까지, 정의당은 2019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역시 20대 국회 임기 내에 최저임금을 8000∼9000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면세점 업계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야당 의원들 위주로 면세 특허 연장은 특혜라는 인식이 강한 데다 면세점 노조가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영업시간을 제한하게 하는 입법 로비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면세점 업계 D사 관계자는 “야당이 모두 면세 특허를 10년 연장하는 것과 자동 갱신토록 하는 방안은 특혜라는 인식을 하고 있어 20대 국회에서 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면세점 노조가 야권 의원들과 함께 유통산업발전법에 적용을 받지 않는 면세점을 새로 추가해, 대형마트와 같이 영업시간을 제한하게 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중견 면세점도 대기업 중심 면세점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들이 의원들을 끼고 관세 당국을 압박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시위 규제 완화를 우려하는 재계의 시각도 적지 않았다. 대기업 E사 관계자는 “시위 전문 변호사들이 이번에 많이 국회에 입성하게 돼 시위 규제가 완화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이제 진보진영 의원들도 관리해야 하니 대관 업무가 크게 늘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방승배·윤정선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