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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찬물 마실 때 이가 시리다’며 병원을 찾는다. 그 같은 증세를 보이는 사람 중에는 ‘찬 공기만 들이켜도 이가 시리다’는 사람까지 있다. 시린 이는 많은 중장년층이 경험하는 치과 증상이다. 이가 시린 원인은 다양하다. 치아우식증(충치)이나 치주염 등에 의해 잇몸이 시릴 수 있다. 그러나 그 같은 병적인 원인을 제외한다면 대부분 치아의 마모로 인해 이가 시린 증상이 나타난다.

치아와 잇몸의 경계 부위에서 치아를 단단하게 싸고 있는 법랑질은 얇은 부분이라 깨지거나 마모되기 쉽다. 일단 법랑질이 마모되면 내부의 민감한 부위인 치근이 노출돼 이가 시리다. 그래서 의학용어로 이가 시린 증상을 ‘치경부마모증’이라고도 한다. 치경부란 치아와 잇몸의 경계를 말한다.

치아 표면은 왜 마모되는 것일까. 이는 ‘잘못된 양치 습관’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연마제가 많이 함유된 치약 또는 뻣뻣하고 모가 부드럽지 않은 칫솔 사용, 과도하게 힘을 주어 칫솔로 문지르는 습관 등은 치아 마모 속도를 가속화할 위험이 있다. 특히 너무 빳빳한 칫솔로 오랫동안 치아를 옆으로 문지를 경우(횡마법) 치경부가 오목하게 파이며 이가 시린 증상을 보인다.

이 밖에 거친 음식을 과도하게 힘주어 씹는 습관, 잦은 탄산음료 및 산성음식 섭취 및 불량한 구강 위생환경도 주의하는 것이 좋다. 흔하지는 않지만 이쑤시개와 구강세정제, 치아미백제를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금이 간 현상, 과식증, 위산이 역류하는 역류성 식도염 등에 의해서도 이가 시릴 수 있다.

시린 이가 생활습관 개선으로도 해결되지 않고 6개월 이상 섭식에 통증이 느껴질 경우 치과에서 치수를 제거해 치아의 감각을 없애는 근관치료(신경치료)를 받아야 한다. 최근의 근관치료는 1∼2회 내원으로 간단히 해결된다.

또 이가 시린 현상이 치주염 일명 ‘풍치’에 의해 발생해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주염은 치아 주변에 세균 덩어리인 치태나 치석이 들러붙어 잇몸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잇몸에 염증이 있으면 치아 속의 치수에도 신선한 혈류가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충혈이 생겨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베어 먹던 사과를 못 먹게 된다. 치주염 진단이 내려지면 일단 치석 제거를 위한 스케일링을 받는다. 항생제를 처방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치주수술을 시행한다. 수술은 국소 마취 후 잇몸을 열어 치아와 그 뿌리가 잘 보이도록 한 다음 잇몸 속의 세균성 치석 등을 깨끗이 제거한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