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10일, 한명숙 당시 민주통합당 대표는 노란 점퍼를 입은 채 수십 개의 노란 풍선을 하늘로 날려보냈다. 노골적인 ‘노무현 마케팅’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색은 새누리당의 파란색과 함께 19대 총선을 도배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후 20대 총선을 앞두고 ‘친노(친노무현)’ ‘친박(친박근혜)’ 마케팅이 사라지고 있다. 최악의 여야 공천 파동의 후폭풍이다. 새누리당은 친박 공천과 옥새 파동에 따른 정치 혐오감이 극대화되면서 ‘박근혜’ 세 글자의 동력이 떨어졌고, 더불어민주당은 ‘친노 패권주의’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안산 상록갑에 출마한 전해철 더민주 후보의 20대 총선 공보물에서는 ‘노무현’이라는 단어가 싹 빠졌다. 전 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의 측근그룹인 ‘3철’(이호철, 전해철, 양정철)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대 총선 당시 ‘노무현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공보물 문구는 ‘참여정부 민정수석’으로 바뀌었다. 노 전 대통령과 나란히 걷는 전면 사진 대신 전 후보가 혼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사진을 넣었다.

경남 김해을에서 뛰고 있는 김경수 더민주 후보의 공보물에서도 ‘노무현정부’ 경력을 찾기 어렵다. 대신 김 후보는 “김경수의 이름으로 정치하겠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19대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마지막 비서관’을 내세운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 후보와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문 전 대표도 5일 경남지역 지원유세를 펼치면서 김해을 지역구는 따로 방문하지 않았다. ‘홀로서기’를 한 김 후보를 배려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김 후보 측은 “앞으로 문 전 대표께 따로 유세를 요청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새누리당에선 이른바 ‘박근혜 지우기’ 현상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 지역 새누리당 후보 47명의 선거 공보물에서 박근혜 대통령 이름과 사진이 전면에 나온 것은 하나도 없었고, 새누리당 후보 몇몇은 새누리당의 상징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고 유세에 나섰다.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박근혜 마케팅’은 TK(대구·경북)에서나 통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 지역구의 한 새누리당 후보 측은 6일 통화에서 “박 대통령을 유세 현장에서 강조하면 야당 후보가 내세우는 박근혜정부 심판론에 말리는 꼴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윤희·박세희 기자 worm@munhwa.com


*2016년 4월 3∼4일 포커스컴퍼니 조사. 한국전화번호부㈜ 인명편 전수 DB 또는 패널에서 성·연령·지역별로 표본을 비례 할당 추출해 지역구별로 만 19세 이상 유권자 500명 유선전화 면접 조사. 2016년 2월 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지역·성·연령별 가중치 부여.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응답률 광주 서을 10.3%, 대전 서갑 11.2%, 전북 전주을 17.1%, 전북 전주병 14.6%, 전남 순천 10.7%, 세종 8.9%, 경남 창원성산 10.7%. 상세 자료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