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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기 / 논설위원

내일모레 24일 총선 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공직선거법 제49조 4항은 후보등록 신청자가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 가운데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刑)의 범죄경력에 관한 증명서류’를 들고 있다. 실효된 형도 포함된다.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의 범죄 경력’의 법정 약칭이 ‘전과(前科) 기록’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직을 쳐다보며 전과 기록을 제출하는 게 그리 새삼스러울 것 없다. 지금으로선 극히 자연스러운 의례쯤이다. 하지만 선거법이 후보 등록과 함께 전과 기록 제출을 의무화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2000년대 들어와서의 일, 정확히 짚어 2002년 3월 개정 때부터였다. 처음엔 지금처럼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아니라 ‘금고 이상의 형’이 전과였다.

국회가 법을 매만지면서 ‘전과’를 들먹여 자신이나 동료를 옭아매는 것을 내켜 할 리 만무하다, 전에도 지금도 또 미래에도.

그런 그들도 감히 맞서지 못하는 국민적 공분이 있다. 폭력 조직의 정치세력화가 그것이다. 폭력 조직이 정치판에서까지 어슬렁거리는 것을 참다못해 전과기록 제출 법제화 여론에 점화된 것이 1996년 1월 초의 일이다. 조폭 두목이 서울 용산구의원으로 변신한 뒤 그 지위를 이용해 나이트클럽 등 검은 사업으로 범죄조직을 비호해온 전말을 검찰이 밝혀내자 여론이 들끓었었다. 그 해 1월 12일 새누리당 전신의 전신쯤인 신한국당의 강삼재 사무총장이 “공직 선거 출마자들에 대해 국민이 충분히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후보의 전과 공개를 적극 추진할 방침”을 분명히 한 것도 하늘에 닿은 공분 때문이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 다짐이 선거법에 반영되기까진 2000년 2월 개정을 기다려야 했고, 그나마 선거관리위원회의 금고 이상 전과기록 조회 정도에 그쳤더랬다.

그러다가 ‘금고 이상의 형’ 기록의 마지못한 공개를 거쳐 2010년 1월 선거범죄, 정치자금법 위반 범죄 등의 ‘100만 원 이상 벌금형’으로 그 범위를 조금 벌렸다가 2014년 2월 지금처럼 ‘100만 원 이상 벌금형’으로 일반화하기에 이르렀으니… , 그렇다, 국회의 정의(正義)는 이리 더디다.

4년 전 제19대 후보의 전과자 비율은 20%였다. 올해는? 예비후보 등록 단계의 그 비율이 37%였는데 25일 등록 마감 후 혹 더 솟지 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