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안했지만 분야 달라
경쟁력 높이는데 도움 안돼

현대자동차그룹이 해운경기 침체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현대상선 인수를 제안받았으나 인수 시 사업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금융권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정부로부터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를 통한 현대상선 인수를 제의받았으나 주력인 자동차산업과 시너지 효과가 없어 인수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현대상선은 2013년 이후 자산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고 있으나 해운 시황 침체에 따른 적자 누적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는 완성차 및 부품 물류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컨테이너선을 주력으로 한 현대상선과 근본적으로 사업 분야가 다르다”며 “(현대상선)인수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과 같은 범 현대가인 데다 현대글로비스를 계열사로 두고 있어 그동안 정부와 금융권 등으로부터 현대상선 인수의 유력 후보자로 여겨졌다. 현대글로비스는 유코카캐리어스와 함께 자동차운반선 시장을 양분하고 있어 현대상선을 인수할 경우 국내 최대 해운사로 올라서게 된다. 하지만 완성차, 부품, 철강 등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수직계열화에 집중해 온 현대차그룹은 현대상선이 자동차 부문 경쟁력을 높이는데 관련이 없는 만큼 인수 가능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현대증권 인수에서도 현대차그룹은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편 현대상선은 채권단이 자율협약에 나섬으로써 채무 재조정을 위한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17일 사채권자 집회에서 회사채 1200억 원의 만기 연장이 불발되는 등 당분간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