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묻지마”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의원 순번 문제를 둘러싸고 중앙위원회 등과 갈등을 빚고 있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택을 나서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전국·비례로만 5選 도전
‘셀프공천’ 비판 꿈쩍 안해
‘권력의지 兩金급’ 평가도

4·13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2번에 자신을 공천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거침없는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까. 당 안팎에서는 ‘셀프 공천’에 대한 비판에서부터 이에 따른 역풍론과 위기론까지 등장하고 있지만 김 대표는 꿈쩍도 않고 있다. 김 대표가 내친김에 차기 대권을 꿈꾸고 있다는 노욕(老慾)론도 흘러나온다.

김 대표가 다음 대선을 내다볼 것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하는 징후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김 대표를 잘 아는 한 시민사회 원로는 21일 기자에게 “최근 김 대표가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가 몇 년 생이냐’고 물은 일이 있다”고 말했다. 샌더스 후보는 김 대표보다 한 살 적다. 김 대표가 대권 도전을 하기에 그리 늦은 나이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그의 권력의지는 고 김대중(DJ)·김영삼(YS) 전 대통령과 비견할 만큼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셀프 공천이 성공할 경우 그는 비례대표 5선이라는 미증유의 기록을 쌓게 된다. YS나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9선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긴 했지만 비례대표만으로 5선에 성공한 예는 없다. 김 대표는 출근길에서 ‘비대위 대표직을 내려놓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는 하지 말고…”라고 사실상 셀프 공천 변경 요구를 일축했다.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김 대표의 기본 생각은 ‘지금의 야당은 정권교체와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정신을 담을 그릇이 안 되기 때문에 자신이 개입해 환골탈태시키고 정권교체라는 대업(大業)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야권 내에서는 김 대표가 이번 총선 후 구성되는 제20대 국회에 친김(친김종인) 세력을 만들어내고 스스로 대권의 기획자이자 집행자로서의 역할을 해 궁극에는 차기 대권을 도모하는 구상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김 대표가 ‘현재 야권 내에는 차기 대권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되풀이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된다.

허민 선임기자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