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묻지마”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의원 순번 문제를 둘러싸고 중앙위원회 등과 갈등을 빚고 있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택을 나서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더민주 비례공천 정면충돌

김종인 ‘사퇴 배수진’ 반발
“솔직히 黨대표직 매력 없어”

주류 “누구를 위한 공천인가
비례명단 당 정체성 훼손해”

컷오프 문희상·백군기 ‘구제’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싸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친노(친노무현) 등 당 주류 간 갈등이 정면 대결로 치닫고 있다. 지역구 공천에서 쌓인 불만에다 당 정체성 논란까지 겹치면서 김 대표가 대표직 사퇴라는 배수진까지 치고 나서는 등 양측 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리는 비대위 회의에 불참하고 서울 종로구에 있는 개인 사무실로 출근했다. 김 대표는 사무실과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주류를 강하게 비판하며 사퇴까지도 시사했다. 그는 “솔직히 얘기해서 대표직에 매력이 없다”며 “내가 연연해서 여기 온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나를 무슨 욕심 많은 노인네처럼 만들었는데, 그건 하나의 핑계”라며 “자기들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인데, 자꾸 다른 소리를 해서 사람을 이상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저렇게 해서 표를 얼마나 깎아 먹은 줄 아느냐”며 “패권을 하려면 잘하라고 해. 그따위로 패권행사 하려고 하지 말고…”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김 대표는 “수권정당을 한다고 했는데, 그걸 끌고 가려면 의원직을 갖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 못마땅하면 자기들이 알아서 하면 된다. 내가 목을 매고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이냐”며 이날 중앙위 회의에도 불참하겠다는 뜻을 다시 밝혔다. 김 대표는 담배를 끊은 지 오래됐는데, 이날은 줄담배를 피우며 답답한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정장선 총선기획단장과 김성수 대변인은 김 대표 자택을 찾아 전날 비대위에서 논의된 절충안 문제를 논의했다. 더민주 관계자는 “대표 입장에 거의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또 김 대표에게 비대위에 참석할 것을 요청했지만 김 대표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류 진영 역시 물러설 생각이 없다. 김 대표가 전당대회를 제외한 당내 최고 의결 기구인 중앙위 권한까지 침해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당 정체성 훼손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문재인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김현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비례대표 명단, 우리가 어떤 당인지, 뭘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리스트다. 을(乙)들, 농어민, 경제민주화, 남북평화는 어디에 있는가. 더민주를 더민주답게 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더민주는 이날 비대위에서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에 포함돼 공천에서 배제됐던 문희상·백군기 의원을 구제해 당초 이들이 공천을 신청한 경기 의정부갑과 경기 용인갑에 각각 전략 공천하기로 결정했다.

조성진·손우성 기자 threem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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