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중앙위 공천권한 분산
한쪽이 일방적인 강행 못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당 중앙위원회가 비례대표 공천 명단을 놓고 정면충돌하면서 공천 내홍이 확산되고 있다.

중앙위는 21일 김 대표가 참석하지 않더라도 오후 비례대표 순위투표를 강행할 방침이다. 이에 맞서 김 대표가 공천장에 찍힐 ‘옥새’를 걸고 배수진을 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야당판 ‘옥새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더민주는 비례대표 공천 권한을 당 대표와 중앙위가 나눠 갖도록 당헌·당규에 규정돼 있어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없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인격모독을 당하면서까지 일하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면서 대표직 사퇴를 시사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는 물론, 오후 중앙위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김 대표가 계속 국회에 나오지 않고 당무를 거부한다면 당장 후보등록 일정에 비상이 걸린다. 공직선거법 제49조2항에 따르면, 정당추천 후보자는 추천 정당의 당인 및 그 대표의 직인이 찍힌 추천서 등을 등록 신청서에 첨부해야 한다. 김 대표의 ‘옥새’ 없이는 후보등록이 불가능한 셈이어서 김 대표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식의 옥새 투쟁을 벌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가 실제로 사퇴를 하면 당은 그야말로 비상시국에 휩싸이게 된다. 비대위를 다시 꾸리고 중앙위를 열어 비대위 구성 건을 의결해야 한다. 당 안팎에서 터져 나올 내홍을 수습하는 일은 이보다 더 큰 난관이다.

중앙위원들도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이들은 이날 오후 김 대표의 참석 여부와 상관없이 다시 중앙위를 열어 비례대표 후보자 명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비대위는 김 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일부 후보를 조정하고, 투표 방식도 변경하는 수정안을 만들어 중앙위에 올렸다.

한 중앙위원은 “(반발이) 쉽게 잦아들 분위기가 아니다. 중앙위가 한발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배수진을 친 김 대표에 대해서는 “이 당에 오신 후 사퇴 운운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분이 자주 사용해 온 무기”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독단적으로 후보명부를 확정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지만, 이는 당헌에 정면으로 어긋난 것이어서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