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태양의 후예’에서 주인공 유시진 역을 맡은 배우 송중기(왼쪽)와 여주인공 강모연을 연기하는 배우 송혜교는 중국에서 인기가 급상승하며 침체된 한류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 넣었다. NEW 제공

- ‘태양의 후예 신드롬’의 의미

中, ‘별그대’ 이후 콘텐츠 제한
회당 1억뷰 기록에 완화 분위기

송중기‘상사병 주의보’만들며
김수현 잇는 초대형 스타 탄생

영화사, 드라마 처음으로 제작
관련 자본 유입 신호탄 될 듯

‘지상파 지킴이’라 불리는 KBS 2TV 수목극 ‘태양의 후예’(극본 김은숙) 때문에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있다.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은 중국 내 한류를 촉발시킨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넘어섰고, 중국 내 반응도 심상치 않다. 중국 공안이 ‘시청 주의보’까지 발령했다. ‘태양의 후예’의 성공은 단순한 인기몰이가 아니다. 침체된 한류 산업에 숨을 불어넣었고,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에 치이던 지상파가 오랜만에 자존심을 세웠다. 이쯤 되면 신드롬이다. ‘태양의 후예’ 성공의 의미를 짚어봤다.

이미지 크게보기 중국 마케팅 전문기관 브이링크에이지의 조사결과 송중기가 인기순위 1위에 올랐다.

◇한류가 다시 움직였다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중국은 폐쇄 일변도였다. 외국 콘텐츠 수입을 제한했고, 심의 기준도 강화됐다.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이 국부 유출을 막겠다는 의지를 제도를 통해 드러냈다. 한국 드라마 수출 단가는 하락했고 거래 조건도 나빠졌다.

하지만 ‘태양의 후예’가 중국 아이치이(愛奇藝)에서 회당 평균 조회수 1억 뷰를 기록하며 한국 콘텐츠를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이 달라졌다. 한 외주 제작사 대표는 “한국 드라마 수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거래 가격도 상승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태양의 후예’는 일본에도 회당 10만 달러에 팔렸다. 우경화 정책에 반한(反韓) 감정이 커지며 한류를 차단했던 일본의 좁은 문이 느슨해진 셈이다.

◇김은숙 작가가 새 짝을 만났다

‘시크릿 가든’과 ‘파리의 연인’ 등 초대형 히트작을 낸 김은숙 작가에게는 신우철 PD라는 ‘짝’이 있었다. 하지만 ‘각자의 길’을 택한 후 김 작가 대본 특유의 맛을 구현하는 연출자의 공백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태양의 후예’를 함께하며 김 작가는 이응복 PD라는 든든한 우군을 얻었다.

이 PD는 현재 KBS 소속이지만 김 작가가 몸담고 있는 화앤담픽쳐스를 통해 프리랜서를 선언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깨비를 소재로 한 김 작가의 차기작 역시 이 PD가 메가폰을 잡을 예정이다. ‘태양의 후예’ 관계자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대단하다”며 “믿고 함께 일할 인재를 만났다는 것이 두 사람에겐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초대형 스타가 탄생했다

초대형 스타가 되는 과정은 대략 3단계다. 눈에 띄는 신인 시절을 거쳐 주연 배우로 시험대에 올라 성공담을 만든 후 ‘대박’ 작품을 내는 순이다. 김수현이 ‘드림하이’와 ‘해를 품은 달’을 거쳐 ‘별에서 온 그대’로 정점을 찍은 리듬이다. 송중기는 이 패턴을 고스란히 밟았다. ‘성균관 스캔들’로 대중에게 각인됐고 ‘늑대소년’과 ‘착한 남자’로 안정 궤도에 오른 후 ‘태양의 후예’로 천장을 뚫었다.

중국 공안은 ‘송중기 상사병’ 주의보를 발령하며 “수많은 소녀들이 광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남성들에게 무력감과 함께 불쾌함을 느끼게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 중국 여성은 ‘태양의 후예’를 몰아보다가 급성 녹내장에 걸렸다. 중국 마케팅 전문기관 브이링크에이지는 18일 “송중기가 중국 내 인기 연예인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민호, 김수현의 바통을 이어받는 ‘진짜 스타’가 탄생한 셈이다.

◇드라마 제작 환경이 바뀌었다

김 작가가 집필하는 드라마임에도 ‘태양의 후예’는 캐스팅도 방송사 편성도 난항이었다. 재난을 소재로 했다는 점도 고민거리였지만 사전제작 후 방송돼야 한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그동안 사전제작됐던 드라마 대부분이 ‘크게’ 실패했기 때문이다. 성공사례가 없는데 130억 원을 써야 하는 드라마를 덥석 잡을 방송사는 없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사전제작 형식을 통해 중국 내 동시 방영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했다. 충분한 후반 작업을 거치니 완성도도 높다. 드라마의 인기가 높을 때 여유 있게 기자간담회도 준비할 수 있었다. 향후 사전제작 시스템이 대세가 될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또한 사전제작의 약점을 파악하는 기회도 됐다. ‘태양의 후예’의 주연인 배우 송혜교는 “방송 순서대로 촬영하지 않다 보니 감정을 유지하기 어려울 때가 있었다”며 “앞으로도 사전제작 드라마 출연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네마 인베이전’이 시작됐다

‘태양의 후예’는 ‘변호인’과 ‘7번방의 선물’ 등을 투자배급한 NEW가 제작한 첫 드라마다. 당초 영화 제작사인 바른손이 메인 제작사였으나 우여곡절을 겪으며 결국 NEW가 주인이 됐다. NEW는 100% 사전제작되는 영화를 다수 만든 경험을 살려 ‘태양의 후예’의 완성도를 높였다. 최근 흥행작이 없던 NEW에 ‘태양의 후예’는 가뭄 끝에 단비였다. 방송 시작 후 주가는 50%가량 상승했다.

이는 자본력을 갖춘 영화사들이 드라마 제작에 뛰어드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NEW 장경익 대표는 “향후 지속적으로 드라마를 제작할 계획”이라며 “‘태양의 후예’의 성공이 좋은 밑거름이 됐다”고 전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