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1호 가입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한국투자증권 본점에서 황영기(오른쪽) 금융투자협회 회장과 유상호(〃 세 번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1호 고객’인 강석훈(〃 두 번째) 새누리당 의원이 앉아 가입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축여력 큰 고소득층 유리
의무가입 기간도 서민 불리
중도 해지땐 세금 토해내야

금융사들 ‘가입 이벤트’풍성

은행, 증권 등 33개 국내 금융사가 14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일제히 출시했다.

ISA는 정부가 국민 재산 증식에 이바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해 일명 ‘만능통장’이라고 불리지만 여윳돈이 부족한 서민들은 혜택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익률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한 상황이다.

14일 오전 ISA를 출시한 금융사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한국금융투자협회는 한국투자증권과 공동으로 서울 영등포구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본점 객장에서 ISA 1호 가입자와 함께 고객 이벤트를 벌였고, 우리은행은 이광구 행장을 비롯한 전 임원이 주요 영업점을 방문해 고객들을 만났다. 초반 고객 확보를 위한 금융사들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정부도 ISA의 국민 재산 형성 효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적극적인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ISA 도입 취지와 달리 여유 자금이 부족한 서민층이 누릴 수 있는 세제 혜택이 크지 않고, 만기 상환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면 오히려 손해 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ISA 가입에 따른 소득 수준별 1인당 평균 세금감면 효과(가처분소득의 30%를 납입, 연수익률 4% 가정)를 추정한 결과 연 소득 1억 원 이상 가입자는 2000만 원 한도를 채워 78만 원의 세금을 절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연 소득 1000만 원 이하 가입자는 연간 납입 금액이 92만4000원에 머물러 세금 혜택이 7만8000원에 그쳤다. 서민층을 위한 비과세 상품인 재형저축의 경우 연간 한도가 1200만 원임에도 가입자의 연간 납입액은 평균 200만 원 수준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해봐도 상대적으로 저축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에 세금 혜택이 많이 돌아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년, 5년간의 의무가입 기간을 묶어둔 점도 여윳돈이 없는 서민층에게 불리하다. 기간 내에 중도해지할 경우 부과되지 않았던 세금을 다시 토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ISA가 기존 시중은행의 예·적금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도 크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금융상품의 수익성이 악화한 가운데 ISA에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투자 상품이 포함된 경우 자칫 수익률보다 수수료가 높아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한 금융 전문가는 “수익이 나지 않아도 ISA 가입 고객은 은행, 증권사에 운용 수수료를 내야 한다”면서 “ISA가 무조건 재산을 불려주는 만능통장은 아닌 만큼 가입 전에 수수료와 포트폴리오를 꼼꼼히 살피고, 장기간 자금을 묶어 놓을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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