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자제 요청… 험지 지원
강원이어 경북서 비공개 활동

경남 양산에 칩거하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10일 강릉을 깜짝 방문한 데 이어 조만간 부산에서도 총선 지원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활동을 자제해 달라고 간접적으로 요청했지만, 문 전 대표는 부산과 경상·강원 등 험지를 중심으로 총선 지원을 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공천을 놓고 미묘한 입장 차를 보였던 두 사람이 문 전 대표의 총선 지원 활동에 대한 견해 차로 틈새가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 전 대표 측은 11일 통화에서 “(문 전 대표가) 소위 험지라는 곳을 찾아 인사하고 격려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혼자 조용히 가서 인사드리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문 전 대표는 전날 강릉 노인종합복지회관을 찾아 김경수 예비후보의 지지를 호소했다. 강릉은 새누리당 권성동 예비후보가 강세인 지역구다. 연초 대표직에서 물러나 경남 양산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던 문 전 대표가 총선 지원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표적인 친노 강경파인 정청래 의원의 공천 배제에 대해 ‘음…’이라고만 하고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는 “공개 일정으로 온 것은 아니고 선거를 지원하기 위해 어려운 지역을 우선하여 열심히 도와주려고 왔다”면서 이번 지원이 ‘비공개’ 일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김 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표도 사람이니까 돌아다녀야겠지만 공식적으로 ‘나 어디 가겠다’며 다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 발언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조만간 부산과 경북 등에서 비공개 총선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다. 당 관계자는 “험지에서 어려움을 겪는 예비후보들이 문 전 대표에게 지원 요청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11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리는 전국 순회 ‘더더더 콘서트’에 참석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일정이지만, 부산이 총선에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고려했다고 한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