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예전 AI들과는 달라
흔들기 등 ‘감각적인 手’ 둬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을 꺾은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의 가장 큰 장점은 기계다운 계산 능력이 아니라 인간 같은 ‘사고력’이었다. 알파고는 AI보다는 사람에 더 가까운 모습으로 바둑계를 경악하게 했다. 이에 따라 이세돌 9단은 첫 대국을 통해 파악한 알파고의 장단점을 토대로 대응책을 찾아갈 것으로 내다보인다.

AI 바둑 프로그램에 대해 기존에 알려졌던 특징은 사전에 입력된 수 가운데 승률이 높은 것을 선택할 뿐, 인간이 아니기에 창의적 사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1국을 지켜본 프로 기사들은 알파고가 예전의 AI들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분석했다.

바둑 대표팀 감독인 유창혁 9단은 “알파고가 의외로 감각적인 수를 뒀다”며 “기존 AI보다는 인간에 오히려 더 가까운 것 같다”고 밝혔다. 박정상 9단도 “사활 추궁이나 응수타진을 하고 허를 찌르기도 했다”며 “인공지능이 기계가 아닌 사람처럼 뒀다는 것에 놀랐다”고 평가했다. 이현욱 8단은 “형세가 불리하다고 판단되니까 정석 바둑을 두지 않고 흔들기를 시도하거나 승부수를 던졌다”고 말했다.

알파고는 ‘인간적’인 약점은 없기에 상대하기에 더욱 까다롭다. 사람은 실수하면 흔들리지만 알파고는 심리전이 통하지 않는다. 이세돌 9단이 패한 이유도 알파고의 실수가 나왔을 때 사람과 대국할 때처럼 ‘흔들기’가 통했다고 보고 안이하게 다음 수를 가져갔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양재호(프로 9단)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이세돌 9단이 상대가 연달아 실수하는 걸 보고 ‘이제 이겼다’고 오판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현욱 8단은 “어이없는 실수를 해도 알파고는 심리적 흔들림이 없다”고 말했다.

알파고는 게임 후반부에 자신이 이긴다고 판단하면, 굳이 대승하는 길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한두 집 이기더라도 역전당할 확률이 가장 낮은 수를 선택한다. 양 사무총장은 “알파고의 실수를 인간의 실수와 똑같이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유창혁 9단은 “이세돌 9단의 장기가 심리 게임인데, 1국에선 자신이 오히려 실수를 범했다”고 평가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