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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주면 누구와도 性관계’ 판단… 性매매
돈 받았더라도 교제 상대 찾는 과정… 無罪

연락 주고받으며 性관계 없이도 만나
동일인에게 소개 받은 남성과 결혼도
大法, 결혼 상대 찾는 정황으로 판단

성매매 혐의 때 ‘사귀는 사이’ 주장
구체적인 증거 제시해야 인정 받아

대법원이 지난 18일 성매매 혐의로 기소된 배우 성현아(41)에 대한 상고심에서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대법원이 제시한 성매매 기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은 성매매 판단에 있어 하급심보다 엄격한 판단을 내렸다.

◇‘마담뚜’ 소개로 금전 거래 오고 간 성관계 =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2조 1항)에 따르면 성매매란 ‘불특정인을 상대로 금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수수(收受)하거나 수수하기로 약속하고 성행위 등을 하는 것’을 뜻한다. 앞선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성 판매자는 재산상의 이익에 주목적을 두고 상대가 누구든지 관계없이 성관계를 맺을 의향이 있는 사람을 뜻한다.

성현아 재판의 경우 성현아가 금전적 이익을 위해 불특정인을 상대로 성관계를 맺을 의사가 있었는지가 쟁점이 됐다. 검찰은 지난 2010년 성현아가 사업가 A 씨에게 5000만 원을 받고 세 차례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두 사람은 연예인과 재력가를 전문적으로 연결해 주는 이른바 ‘마담뚜’인 강모(여·41) 씨의 소개로 만났고, 강 씨는 소개의 대가로 300만 원을 받았다. A 씨와 강 씨도 성매수와 성매매 알선 혐의로 기소됐다.

성현아는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1심 재판부터 “평생 함께할 수 있는 결혼 상대를 찾는 중이었다”고 주장했다. 돈을 준다고 하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 성관계를 맺을 의사가 없었고, 사업가 A 씨를 만나 성관계를 맺고 돈을 받았다 하더라도 재산상 이익에 주목적이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1심과 2심은 성현아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A 씨와 성매매를 했다고 결론 내렸다.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은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과는 전혀 관계없는 ‘스폰서 계약’에 따라 성행위를 하면서 돈을 주고받았다”며 “두 사람이 결혼을 위한 준비를 했다는 아무런 정황이 없고 A 씨는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의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A 씨와 결혼에 관한 진지한 대화를 했다거나 결혼을 위한 준비를 하는 등의 행동을 했다는 아무런 정황이 없다”며 “A 씨와의 관계를 일방적으로 정리했는데 이는 결혼을 전제로 만남을 가졌던 사람의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며 성현아의 항소를 기각했다.

◇진지한 만남의 정황 = 대법원은 1·2심에서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던 증거를 중시했다. 성현아와 A 씨의 만남을 주선해 준 강 씨의 진술이었다. 강 씨는 1심 재판 과정에서 “성현아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해 A 씨를 소개해 줬다”면서 “성현아가 정상적으로 남자친구로 지내다가 남자친구에서 더 발전되는 관계를 원했다”고 진술했다. 돈 많은 다른 사람이 있었지만, 성현아가 원하는 스타일에 따라 A 씨를 소개해줬다는 것이다.

성현아가 여행 중에도 A 씨와 연락을 주고받고, 성관계 없이 몇 차례 만나기도 한 사실에도 주목했다. 성현아가 A 씨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강 씨로부터 소개받은 다른 사람과 불과 두 달 만에 결혼을 한 것도 성현아가 강 씨를 통해 결혼 상대를 찾고 있었던 정황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결국 “피고인이 자신을 경제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재력을 가진 사람이면 그가 누구든지 개의치 않고 성행위를 하고 금품을 받을 의사로 A 씨를 만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A 씨는 결혼할 의사가 없었다는 것이 비교적 명확했지만 이와 관계없이 성현아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결국 성매매에 대한 판단을 함에 있어 돈을 주고받고 성관계를 맺었다는 사실뿐 아니라 당시 정황에 대해 면밀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결의 취지”라며 “조금이라도 의심이 있으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한다는 형사재판의 원칙에 따른 판결”이라고 말했다.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성매매 혐의를 받는 남성들이 혐의를 부인할 경우 성관계를 맺은 여성과 ‘사귀는 사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도 구체적 정황 증거를 제시해 성매매가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지난 2012년 유흥업소 직원과 성매매 의혹이 불거졌던 전직 국회의원의 경우 경찰 조사에서 해당 여성과 동남아에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는 항공권 등을 제시하며 성매매가 아니라고 주장해 결국 기소되지 않았다. 돈이 오갔더라도 정상적인 이성 관계로 볼 소지가 있으면, 오고 간 금전은 성매매 대가가 아니라 호의로 주고받은 돈이 된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