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속 스폰서·중개인

성현아 재판에서는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연예인 스폰서 계약’에 대한 대목이 등장한다. 최근 아역배우 출신 김민정이 직접 연예인 스폰서 계약 문제에 대한 비판 글을 SNS에 올리는 등 스폰서 계약 실태에 대한 폭로가 조금씩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성현아 재판에서는 연예인과 스폰서를 이어주는 ‘마담뚜’의 존재 등이 언급된다.

성현아의 성매매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1·2심 재판부는 성현아와 사업가 A 씨의 관계가 스폰서 계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계약서를 쓰지도 않았고 구두로 구체적인 조건에 대한 합의가 없었더라도, 묵시적 스폰서 계약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A 씨는 성현아를 만나기로 하면서 계약서로 볼 수 있는 문서를 만들지도 않았고, 돈의 액수와 성행위의 횟수 등도 미리 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이번 범행은 연예인인 피고인이 재력가인 A 씨와 성행위를 주목적으로 만남을 갖고 그 대가로 돈을 받기로 하는 스폰서 계약을 묵시적으로 체결한 후, 3회에 걸쳐 성행위를 하고 A 씨에게서 성매매의 대가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5000만 원의 돈을 받음으로써 총 3회에 걸쳐 성매매한 사건”이라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도 ‘스폰서 계약에 따른 성행위도 성매매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10년 1∼3월 3회 성관계를 했고, 성관계를 가진 시점과 A 씨가 피고인에게 돈을 건넨 시점이 시간상으로 매우 인접해 있다”며 스폰서 계약에 따른 성매매를 인정했다.

상고심에서는 “성현아가 금전적 대가를 목적으로 A 씨를 만났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기 때문에 스폰서 계약은 인정되지 않았다.

2년에 걸친 이번 수사와 재판을 통해 ‘카더라’ 식으로만 이야기되던 연예인 스폰서 실체가 언급된다. 1심 재판부는 “강모 씨는 경제 형편이 좋지 못한 여성 연예인 여럿을 재력가에게 소개해 수차례 성매매를 알선한 후 돈을 받는 등 성매매를 알선하는 속칭 ‘마담뚜’로 알려져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에서 강 씨는 스타일리스트 출신으로 평소 친분 있는 여자 연예인들을 사업가에게 소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법정 증언을 통해 강 씨의 활동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A 씨는 “강 씨는 여자 연예인을 소개해 주겠다면서 자주 연락을 했다”며 “강 씨는 ‘미스코리아 대기 중’, ‘시간만 내세요. 줄줄이 있어요’, ‘가수, 탤런트 9월 5일 뒤집어지는 애들 귀국해 기대하삼’ 등의 문자메시지를 수차례 보냈다”고 말했다.

A 씨는 또 “소개해주면 강 씨에게 돈을 좀 주곤 했고, 용돈을 주기도 했다”며 “강 씨가 여자 연예인을 소개해 줄 때 그 연예인에게 지급해야 하는 돈의 액수를 미리 알려줄 때도 있고, 알려주지 않을 때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강 씨는 A 씨와 성현아의 만남 대가로 3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