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블랭킷 프라이머리’ 유사
3개주 실시후 2개주서 “위헌”

정당역할·당원 존재이유 부정
타정당 지지자 의사반영 우려
경선불복·줄소송 제기 가능성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4월 총선 공천 후보자 경선룰과 관련, 공천 후보자들이 합의하지 못할 경우 ‘100% 국민 여론조사’ 방식으로 치르기로 한 것에 대해 위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서 ‘블랭킷 프라이머리(일괄형 예비선거·blanket primary)’가 두 차례 위헌 결정을 받은 판단 근거와 논리적으로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 일각에서는 경선 후 불복 사태가 일어나거나 소송이 제기돼 큰 혼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법조인 출신 예비후보는 19일 통화에서 “이 위원장의 발언대로라면 경선이 실시되는 거의 모든 선거구에서 일반 국민 여론조사 100%로 경선이 치러질 것”이라며 “이처럼 정당의 구성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가 공천자를 뽑는 방식이 원칙이 되면 정당의 기본적 역할, 당원의 존재 이유가 부정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검사 출신 새누리당 관계자도 “100% 국민 여론조사가 예외적 방식이 아니라 원칙 또는 기본 방식으로 운용되면 이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정당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처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새누리당의 경선룰은 당원 30%, 일반 국민 70% 여론조사 방식이었고 일부 지역의 경우 100% 국민 여론조사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후보들 간에 합의가 안될 경우 100% 여론조사를 원칙으로 한다고 사실상 ‘새로운’ 경선룰을 꺼내 들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100% 국민 여론조사와 흡사한 방식인 일괄형 예비선거는 이미 미국 워싱턴·캘리포니아·루이지애나주 등 3개 주에서 실시된 바 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주(2000년)와 워싱턴주(2003년)에서 정당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의사가 정당 후보 결정 과정에 반영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역선택’ 가능성이 있는 경선 제도가 원래 새누리당 경선룰처럼 예외적으로 사용될 수는 있지만 주된 방식으로 활용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워낙 우리나라 정당의 당원 구조가 왜곡돼 있어 일부 국민의 의사가 반영된 경선을 치르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아예 당원을 배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경기를 진행해야 할 심판이 갑자기 경기 룰을 바꾸자고 나선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일부라도 당원의 의사를 반영하는 게 적절하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경선 불복이나 줄소송, 아예 무소속으로 나오는 등의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