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본토 사정권… 보복능력 갖춰
核개발 마지막 단계 남은 수준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개발과 관련, 소형화·경량화에 성공했으며 다종화·다수화에도 상당한 진전을 이룩해 전략 무기화가 급진전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시험에 이어 ‘1·6 4차 핵실험’, ‘2·7 장거리 미사일 발사시험’ 성공에 기반으로 한 평가다. 1994년 10월 21일 제네바 북·미 합의 이후 북한이 지난 22년간 핵무기를 포기하기는커녕 국제사회를 기만하며 핵보유국 인정 목표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등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기존의 핵 억제 방안으로 대응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확산, 강화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북한은 영변 핵발전소를 가동해 추출한 40∼50㎏의 플루토늄으로 핵무기를 개발한 것에 그치지 않고 고농축우라늄(HEU)을 통한 핵무기 개발에 성공해 2020년에는 최대 100개의 핵무기까지 생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북핵 전문가인 지그프리트 해커 박사는 지난해 1월 북한이 이미 플루토늄 핵무기 6개와 우라늄 핵무기 6개로 모두 12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국 과학 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북한이 10∼16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2020년에는 증강 속도로 구분할 경우 최대 100개에서 최소 20개까지 증대시킬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 전문가들도 북한이 이미 핵탄두를 20개 보유하고 있고 올해는 20개를 더 만들 만큼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핵 전문가들은 ① 핵개발 본격화 ② 핵개발 성공 ③ 소형화·경량화 ④ 다종화·다수화 ⑤ 전략무기화의 5단계로 구분한 뒤 북한이 현재 4단계에 주력하면서 5단계로 이행해 나가는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기도 하다.

장준익 한국안보전략연구소(KRIS) 소장은 11일 통화에서 “지난해 실험한 SLBM 등 전략 무기들이 실전 배치되면 북한의 핵 위협을 미국으로서도 외면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과거 북한의 핵미사일이 미 본토에 도달하지 못한 시기에는 미 본토의 시민에게 핵 위협을 줄 수 없었으나 지금은 달라졌다”고 밝혔다. 장 소장은 “현재 북한이 보유한 핵전력으로는 미국의 핵전력에 도저히 맞설 수 없음을 잘 알면서도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는 것은 대형 핵탄두 단 1발이라도 미 본토에 쏘고 죽겠다는 막가파식 핵 위협을 가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핵 미사일로 한국을 공격하는 능력을 이미 갖춘 북한의 다음 목표는 ICBM 및 SLBM 개발로 미국에 대한 공격력, 2차 보복능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2003년 제네바 합의 파기를 선언하며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탈퇴 이유로 표면상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한·미연합 군사훈련 금지, 한·미 상호방위조약 폐기, 한·미 핵우산 조약 폐기, 북·미 평화조약 체결, 북·미 수교를 요구하며 미국이 이를 지키지 않은 점을 들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