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발사 승인하는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장거리 미사일인 광명성 4호 발사 승인 서명을 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7일 전했다. 연합뉴스

“核가져야 强國으로 부상”
김정은 정언명령으로 인식
‘비핵화’ 한번도 언급 안해

정권유지용이자 대미협상용
주한미군 철수까지 계산
북미협상서 한국은 제외

核무력 적화통일 포기안해
美·日개입땐 핵무기로 협박
내전사태로 만든다는 목적

“核미사일로 남한 공격땐
굴종-核전쟁중 택해야 할것”

이미지 크게보기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7일 보도한 광명성 4호 발사장면. 연합뉴스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위한 북한의 도발 행보가 한층 더 강화되고 있다. 북한이 과거 소련·중국으로부터 학습했다는 “핵을 가져야 강국으로 부상한다”는 명제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정언명령으로 인식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인정하지 않아도 북한은 아랑곳없이 “절대 핵을 갖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고정불변이다.

북한이 핵보유국이 됨으로써 얻는 효과가 엄청나다는 자체 판단 때문이다. 핵 군축 협상 요구, 대북 경제제재 무효화, 정전 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등 북한의 숙원사업을 해결하는 일종의 보검인 셈이다. 북핵 보유는 시간의 문제이지 상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북한은 지난 7일 결국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의 성공을 주장하며 연일 ‘광명성 4호’ 위성 발사를 자축하고 있다. 이달 초 처형한 것으로 알려진 리영길 인민군 총참모장의 자리에도 미사일 전문가인 리명수 인민군 대장을 앉힌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국회사회의 압박과 회유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과 미사일 기술 개발을 지속하면서 한반도 안보는 사상 최대의 위기에 몰렸다.

◇핵보유는 만능의 보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핵이 북한 경제 상황 등 여러 문제와 체제의 모순으로 인한 불안요소들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은 후 핵 군축 협상에 나서 미국과 일본 등 국제사회로부터의 경제 제재를 해제하고, 각종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평화협정’을 체결함으로써 3대 세습 체제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북한이 민감하게 받아들여 온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중단, 주한미군 철수 등도 관철될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3대 세습으로 인한 체제의 모순, 경제난에 따른 민심 이탈도 핵을 통해 막고 내부 결속을 다진다는 속셈도 있다. 즉 핵은 체제 안전용이자 정권유지용, 대미협상용 모두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집권 이후 김일성의 유훈이라는 ‘한반도 비핵화’를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 생전 비핵화를 김일성의 유훈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고 이를 통해 중국과의 혈맹관계를 강화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국가주석이 노동당 창건 65주년을 맞아 김정일에 보낸 축전에도 ‘김일성 유훈’이라는 표현이 적혀 있었다. 대신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집권 초기부터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기하고 ‘핵·경제 병진 노선’을 추진해왔다.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한·미·일의 별도 양자제재라는 파고를 넘으면 핵보유국으로 한발 다가설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체제 존속의 핵심이라고 여기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갈수록 우세해지고 있다.

◇‘핵무력 적화통일’ 포기 안 해 = 북한이 특히 핵 보유를 고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궁극적으로 한반도를 핵 무력으로 적화통일하겠다는 목적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전면전을 통해 남한을 강점한다는 대남군사전략을 계속 유지해왔다. 헌법보다 상위개념인 북한 노동당 당헌·당규에는 ‘한반도 무력 적화통일전략’이 오랫동안 명기돼왔다. 핵 보유 추진 이후로는 ‘핵 무력 적화통일전략’으로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핵무력이 중추 군사력으로 설정된 셈이다.

북한은 특히 남북 간 군사 충돌이 국제전으로 비약하기 쉬운 동북아 특성상 최악의 상황 시 미국과 중국의 개입이 불확실하다고 판단하고, 국제사회와 별개의 내전 사태로 만든다는 목적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나 일본이 개입한다면 이들을 겨냥한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협박한다는 계산인 것이다.

북한은 핵을 직접 사용한 통일은 아니더라도 남한, 미국과의 전면전이 사실상 불리한 상황에서 핵과 장거리미사일 확보를 통해 공격을 막으면서 전진 배치된 보병, 서울 등 수도권을 겨냥한 장사정포, 한반도 전역을 겨냥한 스커드·노동 미사일 등으로 한반도 전역을 장악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11일 “북한 핵 개발의 본질부터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면서 “핵미사일로 한국을 공격하는 능력은 이미 구비한 북한은 미국에 대한 공격력만 갖추면 되며, 북한이 핵 사용으로 위협하면 우리는 굴종과 핵전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러 전문가가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면서 모라토리엄(개발 유예)을 선언하는 방식으로 핵 감축 협상에 나서려 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이 같은 북한의 속내 때문에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 협상을 하자고 주장하면서도 비핵화 협상에는 완강한 거부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외에 북핵위협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해법은 없다”면서 “완벽한 미사일 요격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