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中 핵실험에 자극
파키스탄은 印 견제위해
이스라엘도 이란에 대응

‘공포의 균형’ 핵 對 핵
안보위한 최후의 선택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안팎에서 핵을 보유한 국가의 상당수는 주변 국가와의 갈등 상황에서 생존과 체제 안정을 위해 핵 경쟁을 선택한 경우에 해당한다. 대립 관계에 있는 인접 국가의 핵 무기 보유가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협 요인이 되면서 ‘공포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핵 개발에 뛰어들었다는 의미다.

현재 NPT 체제가 공인하는 핵보유국은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뿐이다. 이외에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불리고 있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주변국과의 핵 마찰 속에서 꾸준히 핵 개발 및 주변 국가와의 핵 협력 의혹이 불거지는 곳 중 하나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여부는 국제사회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으며 최소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라는 모호한 상태로 평가되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오랜 역사적·영토적 대립 관계가 핵 경쟁으로 표출된 대표적 사례다. 인도가 1974년 핵실험을 강행하자 인도와 갈등을 빚던 파키스탄도 20여 년 뒤 핵실험 경쟁에 뛰어들었다. 파키스탄의 1998년 5월 첫 핵실험은 적대 관계인 인도가 파키스탄과의 국경 인근에서 핵실험을 한지 2주일여 흐른 시점에 이뤄졌다. 인도 자체도 1962년 중국과의 국경 전쟁에서 참패한 후 중국의 핵실험 성공에 대항해 핵실험을 실시한 것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게 되는 단초가 됐다.

중국에서 인도, 파키스탄까지 차례로 핵 실험을 감행한 것은 갈등관계에 있던 주변 국가의 핵 무장이 다른 나라의 핵 보유 결과로 이어지는 핵 도미노 현상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8월에는 파키스탄이 10년 안에 세계 3대 핵무기 보유국이 될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연구원과 스팀슨센터는 “파키스탄이 5∼10년 이내에 핵무기를 최소 350개 보유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스라엘과 중동 이슬람 국가 역시 ‘핵에는 핵으로 맞선다’는 생존 원칙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스라엘은 핵 보유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80∼100기 정도의 핵무기를 지닌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주변 중동 국가와 끊임없는 종교·영토·역사 전쟁을 경험했던 이스라엘은 프랑스 등 우호국과의 협력과 미국의 묵인 아래 물밑에서 핵 능력을 고도화시켜왔다. 이스라엘이 1979년 대서양에서 중성자탄 실험을 한 사실이 미국 인공위성 벨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현재까지 핵 보유 사실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는 이스라엘은 NPT 가입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스라엘과 적대관계인 이란의 핵 무기 개발 의혹은 지난해 역사적인 핵 협상 타결로 소강상태에 접어든 듯했지만 이스라엘 총리실은 지난달에도 “이란은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야욕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등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이란은 2003년까지 비밀리에 핵무기 프로그램을 보유하다가 2009년 이후 핵 무기 개발을 중단했지만 국제사회와의 핵 협상에서 우라늄 농축 권리가 일부 인정됐기 때문에 핵 개발의 길이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 이란과 모두 갈등관계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에도 핵 개발 의혹이 수차례 불거져왔다. 이란 핵협상 최종 타결을 앞둔 시점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에 반발해 독자적인 핵무기 보유를 추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잇달아 나와 역내 긴장을 고조시켰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