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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판매량 1%만으로 홍보효과 막대
티켓 구입 위해 12만명 회원 가입
하와이 신규노선 예약 90% 기록도

수하물 유료에 일정 변경땐 수수료
옵션규정 있어 ‘밑지는 장사’ 아냐

‘순간 접속자 21만 명.’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이 지난 1월 13일 실시했던 항공권 특가 이벤트가 세간의 화제였다. 이 항공사는 누적 탑승객 3000만 명 돌파를 기념해 부치는 짐 없이 오는 6∼11월 탑승할 승객에게 제주행 편도 항공권을 유류할증료 같은 부대비용까지 모두 합쳐 7000원에 내놓기로 했다. 기존 주말 황금 시간대 가격인 9만8100원보다 93% 낮은 금액이다. 이밖에 편도 기준으로 일본과 중국 노선 3만3900원, 괌과 사이판 노선 5만8900원 등 국내선 1만5000석과 국제선 1만8000석을 초특가로 선보였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이를 구하려는 접속자가 한번에 몰리면서 제주항공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돼 이벤트가 중단됐다. 제주항공은 서버를 재점검해 이벤트를 조만간 다시 진행할 계획이다.

제주항공의 마케팅이 화제가 되자, 이번엔 다른 항공사들이 ‘눈에는 눈’으로 대응에 나섰다. 소위 항공사 간 ‘특가 이벤트 대전(大戰)’에 고객들은 즐거운 비명이다. 에어부산과 이스타항공은 물론 비엣젯항공, 하와이안항공, 에티오피아항공 등 외국 항공사까지 특가 항공권을 내놓고 있다. 이쯤 되니 고객들 사이에서 ‘그럼 지금까지 가격은 뭐야?’는 반응이 나올 지경이다. 심지어 ‘원가도 못 받는 특가로 경영할 수는 있는지….’ 걱정하는 이들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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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특가 항공권은 특별한 상황에서 나온다. 제값 주고 사는 항공권이 정상인 게 맞는 것이다. 그렇다고 항공사 경영상황도 걱정할 일은 분명히 아니다. 항공사 특가 정책은 따지고 보면 손해 보는 장사라 할 수만 없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이미 마케팅 효과를 누릴 만큼 누린 데다 빈자리 없이 항공편을 운영할 수 있다. 게다가 제값을 낸 고객이 그 공백을 메우기까지 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사의 요금 책정은 기본적으로 빈 좌석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비행기 좌석은 일반 상품과 달리 재고로 쌓아둘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특가 항공권을 미리 팔아 현금을 확보하는 전략은 충분히 유용하다. 한 LCC 관계자는 “인기 노선인 제주행이라고 하더라도 비성수기에는 평일에 빈 좌석이 생기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며 “빈 좌석이 조금이라도 발생하느니 싸게 파는 게 이익”이라고 말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마케팅 효과도 특가 항공권을 가능케 하는 요인이다. 제주항공은 이벤트 실시와 동시에 사이트가 마비됐고 이틀 만에 신규 회원이 12만 명이 늘었다. 해당 항공사는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본 건 확실하다. 미디어 노출이 많아지고 접속자 수가 늘면서 최저가인 7000원이 아니더라도 그다음 할인가로 예매하려는 행렬도 꽤 길다.

신규 취항의 경우 새 노선에 대해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국내 LCC 업계 최초로 지난해 12월 하와이 장거리 노선에 취항한 진에어는 인천∼호놀룰루 노선에 운항 첫 달부터 90%에 달하는 높은 예약률을 기록했는데 왕복 50만 원대 특가 상품을 내놓은 마케팅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산술적으로 보면 특가 항공권 가능 요인이 더욱 잘 드러난다. 제주항공이 이번에 선보인 최저가 항공권은 총 6만6000여 장이었다. 이 항공사가 1년에 판매하는 항공권이 약 815만 장인 것을 고려하면 1%에도 못 미친다. 다른 항공사 역시 최저가 이벤트 항공권 비율을 이 정도로 조정하고 있다.

또 특가 항공권의 추가 요금 조건 등에서도 항공사 정책이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제주항공은 이번 특가 항공권을 내놓으면서 국내선은 물론 국제선에도 무료 수하물 위탁이 불가능하고 10㎏ 이하의 기내 휴대 수하물만 소지할 수 있게 하는 등 기타 운용 비용을 최소화했다. 이 항공사가 기존 국내·국제선 이용 고객에게 위탁 수하물을 15㎏까지 무료로 제공하는 것과 비교하면 까다로운 규정을 적용한 것이다. 대신 추가 짐이 있을 경우 출발일 공항에서 유료 위탁 수하물 이용권을 구매하도록 했다. 한국 출발 기준 국내는 ㎏당 2000원, 일본 6000원, 방콕 1만2000원, 괌과 사이판은 23㎏ 초과 32㎏ 이하 무게에 한해 5만 원이 부과되는 식이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저렴한 항공권 이면에는 제값에 팔리는 항공권의 ‘뒷받침’이 바탕이 된다. ‘190석 비행기 좌석의 가격은 190가지’라는 얘기가 나오는 데는 누군가의 금전적 희생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이코노미석에 존재하는 ‘등급’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한항공 등 대형 국적사를 예로 들면 퍼스트, 비즈니스석이 아닌데도 Y, B, M, H, E의 다섯 개 알파벳으로 이코노미석을 구분한다. 가격이 가장 높은 것이 Y석, 가장 낮은 것이 E석으로 장거리에서는 Y석이 E석보다 약 60% 정도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이 등급에 따라 달라지는 건 역시 옵션 적용 여부다. Y석과 같은 높은 등급 티켓으로는 좌석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고 왕복 시 일정 변경이 가능하다. 반면 E석은 업그레이드는 고사하고 일정을 변경할 때 수수료까지 물어야 한다.

자연히 성수기와 비성수기에 따라 항공사들은 이 등급 적용 비율을 조절하기도 한다. 수요가 높은 성수기에는 Y, B석의 비중을 크게 높이고 비수기에는 E, H석뿐 아니라 특가 항공권까지 대거 풀며 손님 모시기에 나서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좌석당 판매가격을 최대한 높이면서 빈자리는 최대한 줄이는 게 항공사들의 수익 목표”라며 “엄밀히 말해 ‘정가’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항공권을 두고 무조건 저렴한 것만 찾기보다 수하물, 일정 등 상황을 고려하는 구매 패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