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애 눈가 멍든채 돌아다녀”
학교 “수화기 너머로 父 욕설이”

부천 초등생 아들 시신 훼손 사건 피해자인 최모(당시 7세) 군이 아버지 최경원(34)의 상습적인 폭행에 오랜 기간 시달리다 사망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이 같은 참사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평소 최 군이 얼굴에 멍이 든 채 돌아다니거나 부모로부터 과도할 정도로 질책을 받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는 것이다.

최 군이 살았던 경기 부천시 원미구 한 주민은 “애(최 군)가 돌아다닐 때 눈가에 멍이 들어있는 것을 봤다”며 “엄마 성격이 사나워서 사람들과 자주 싸우곤 해 기억이 나는데, 주로 딸만 감싸고 도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최 군 옆집에 살았던 적이 있다는 또 다른 주민은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혼내는 엄마의 목소리가 자주 들려왔다”며 “아이가 살아있을 때에도 보통 애들보다 야리야리하고 왜소한 체구였고, 늘 엄마와 떨어져 걷곤 했다”고 말했다.

최 군이 부모로부터 심한 질책을 듣곤 했다는 증언은 최 군이 다녔던 학교 측에서도 나왔다. 최 군이 다녔던 초등학교의 한 관계자는 “최 군이 같은 반에 다니는 여자아이의 눈을 찔러 부모님을 학교 폭력대책위원회에 불러도 나오지 않자 담임 교사가 최 군 어머니에게 전화했는데, 수화기 너머로 최 군 아버지가 심하게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게 들렸다고 했다”며 “담임 교사가 무서워서 혼자서는 못 가고 학교부장과 함께 최 군 집에 찾아갔지만 결국 (최 군과 최 군 부모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21일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의 경우 학대 징후를 포착하기 쉽지 않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웃 주민 등 우연히라도 아이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세심한 관심과 조기 신고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