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폭행 도구 부천 초등생 아들 시신 훼손 사건 현장검증이 실시된 21일 오전 경기 부천시 원미구 심곡동 용의자 최경원의 집에서 경찰이 범행도구로 쓰인 각종 물품을 옮기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숨진 집·지인 집 등 4곳서 진행
부모, 머뭇거림·표정변화 없어

시민들 “악마도 그렇겐 못해
얼굴 공개하라” 목소리 높여
“자식 죽이고 치킨 넘어가냐”

21일 오전 9시쯤 부천원미경찰서 현관으로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모두 가린 최경원(34)이 현장검증에 나서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바지와 감청색 두툼한 조끼를 입고 귀마개까지 착용한 상태였다. 그는 “아들을 죽인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 호송차량에 탔다.

약 5분 뒤 부인 한모(34) 씨도 손에 수갑가리개를 하고 호송줄에 묶인 채 양쪽에 두 명의 여경에게 이끌려 경찰서를 나왔다. 한 씨는 “아들에게 왜 그랬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떨군 채 호송차량에 탑승했다.

이날 현장검증은 사망한 최모(당시 7세) 군이 살해당한 집과 시신이 유기된 장소 등 총 4곳에서 이뤄졌다. 첫 번째 현장검증 장소는 부천시민운동장 여자화장실로, 한 씨가 최 군 시신 일부를 봉투에 담아 유기한 장소다. 이날 오전 9시 15분쯤 현장에 도착한 한 씨는 몰려든 시민들과 취재진을 뒤로한 채 덤덤하게 유기 당시 상황을 약 10분간 재연했다.

이후 9시 30분쯤 최 군이 최경원의 폭행으로 사망한 부천시 원미구 심곡동의 다세대 주택으로 이동해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자택에서의 현장검증 장면은 경찰이 공개하지 않았다.

현장검증을 지켜본 경찰 관계자는 “최경원과 한 씨는 현장검증을 진행하며 머뭇거리지 않았고 특별한 표정 변화 없이 담담했다”며 “자신들의 행동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 씨 부부는 이어 이사해서도 최 군의 시신을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했던 인천 자택과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최 군의 시신을 옮기려 했던 지인의 자택 등에서도 덤덤하게 현장검증을 이어갔다.

현장검증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이들 부부가 태연히 범행을 재연하는 모습에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현장에 최경원 부부가 모습을 드러내자 한 시민은 “얼굴은 왜 가리느냐. 악마도 자기 자식은 그렇게 못한다”고 소리쳤다. 최 군 시신을 유기한 장소였던 부천시민운동장 근처에서 만난 오모(47) 씨는 “자기 자식 시신을 동네 화장실에 갖다 버린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짐승만도 못하다”고 분개했다.

문화일보 보도로 알려진 최경원 부부가 아들을 살해한 뒤 치킨을 배달시켜 먹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분노를 이기지 못했다. 주민 김모(여·54) 씨는 “자식을 죽이고 밥을 먹고 치킨을 시켜먹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저런 사람들은 사형시켜야 한다”고 소리치지도 했다.

경찰은 20일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최 군의 사망 추정 시점인 2012년 11월 7일 오후 최경원은 술에 취한 채 2시간 동안 최 군을 폭행했고, 다음 날 오후 5시 30분쯤 최 군은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최경원은 평소에도 술을 마시고 최 군이 실신할 만큼 잦은 폭행과 학대를 자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최경원 부부는 함께 치킨을 시켜 먹은 뒤 최 군의 시신을 훼손해 집안 화장실과 냉동실, 부천시민운동장 공중화장실에 각각 나누어 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부천=김다영·박성훈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