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예산 원상복구를”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경기지회 회원들이 21일 오전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경기도청에 800명… 서울은 시의회로
“예산 삭감 주도한 의원들 명단 공개”

서울 유치원연합 “22만원 납부고지”
학부모와의 갈등으로 불똥 튈 조짐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 교육청을 대상으로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을 촉구하는 유치원 원장과 학부모들의 항의와 시위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경기도지회는 21일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 앞에서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인천시어린이집연합회 회원들은 20일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 앞에서 인형을 안고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회는 2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 의장실을 찾아 시의회 관계자들과 면담한다. 8∼15명의 서울지역 유치원 원장 대표들은 박래학 시의회 의장 등 의장단과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원상복구’에 관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이명희 유치원연합회 서울지회장은 “시의회가 삭감된 누리과정 예산을 원상 복구하지 않을 경우 이를 주도한 의원들 명단을 공개하고 주민소환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김모(여·36) 씨는 “직장을 다니는 워킹맘들은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유치원이 돈을 달라고 하면 돈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누리과정 문제는 정부와 시·도교육청의 벼랑 끝 대치로 불거졌는데, 엉뚱하게 피해자 격인 유치원 원장과 학부모들이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치원 원장들이 다음 주부터 학부모들에게 유치원비 22만 원 납부를 고지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무상’인데 원비를 납부하라는 건 불법이라며 항의하고 있다.

유치원연합회 서울지회는 이날 서울시의회 의장단과 교육위원장, 예결위원장 등과의 면담에서 이번 주까지 서울시의회가 누리과정 지원 예산을 삭감한 것을 원상 복구하지 않을 경우 다음 주부터 학부모들에게 유치원비 22만 원 납부를 고지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서울시내 사립유치원은 700여 개다. 이들은 누리과정 예산이 나오지 않을 경우 8000여 명의 교직원과 행정직원, 조리사 등의 월급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 제8조에 비영리단체인 사립유치원은 ‘차입’이 금지돼 있어 돈을 빌릴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사립유치원은 매달 원아 1명당 누리과정비 22만 원, 방과후 과정비 7만 원 등 29만 원을 지원받고 있다.

학부모들은 사립유치원들의 이 같은 방침에 유아교육법 제24조 위반이라고 반발한다. 이 법 1항은 ‘초등학교 취학 직전 3년의 유아교육은 무상으로 실시하되, 무상의 내용 및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돼 있다. 이 조항에 따라 학부모들이 유치원비를 낼 수 없다고 할 경우 유치원과 학부모들 간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선종·최준영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