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농어촌상생기금
기업에 1조원 부담 떠안겨

“사내유보금 과세, 갑질 발상
인센티브로 투자 유도해야”

정부가 기업에 과감한 규제철폐를 약속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기업인들의 사기를 꺾는 모순적 정책들을 펴고 있는 데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지난해 세금처럼 내야 하는 ‘준(準)조세’ 규모가 전체기업의 연구·개발(R&D)투자비보다 더 많았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적 ‘기업가 정신’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불만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와 경제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해 거둔 준조세는 58조6000억 원가량이었다. 하지만 통계청 조사 결과 금융업을 제외하고 R&D를 수행하는 6200여 개 전체 기업의 투자비는 43조6000억 원이었다.

김갑순 한국 납세자연합회 회장은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준조세로 기업이 세금 규모를 미리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는 기업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기업의 세 부담 규모를 측정해 적정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치권과 정부가 한·중 FTA 비준안을 통과시키는 대가로 민간기업의 부담으로 매년 1000억 원씩 10년에 걸쳐 총 1조 원 규모의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김홍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각종 기금 조성에 민간기업을 사실상 강제로 동원하는 건 행정편의적인 발상을 넘어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활동까지 방해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도(사내유보금 과세)도 기업을 옥죄는 대표적 모순정책으로 지적된다. 김 교수는 “기업이 필요에 의해 가지고 있는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물린다는 발상 자체가 기업의 의사결정을 왜곡시키는 것”이라며 “정부가 세금이라는 패널티로 기업의 의사결정을 강제하는 것은 기업투자에까지 갑질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도 “기업 투자를 유도하려면 ‘인센티브’와 ‘투자환경’을 조성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지적한 뒤 “투자 안 한다고 해서 투자 재원을 국가가 회수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언론 기고를 통해 “기업가 정신의 배양은 국익을 존중하는 정치 사회 환경에서 가능하다”면서 “규제 혁파와 노동 개혁 등 시급한 법안 처리를 외면하는 국회의 무책임이나 연간 R&D 지출보다 많은 무리한 준조세 부담은 투자 의욕을 죽인다”고 지적했다.

방승배·윤정선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