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플랫폼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관람객이 차세대 모바일 플랫폼을 사용해 보고 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글로벌 ICT 기업 시가총액
애플 등‘플랫폼 기업’ 약진
美기업, 10위권내 9개 차지

한국, 제조업 중심으로 한계
OS·SW 등 자체적 구축해야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주도권이 기존 제조나 통신 기업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세계적 흐름과는 달리 한국의 ICT 산업은 제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경쟁할 만한 플랫폼을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아 전망이 밝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한국이 제조업을 기반으로 어렵게 키워온 ICT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플랫폼 기업에 대한 투자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등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전 세계 ICT 기업들의 시가총액 변화 분석 결과, 플랫폼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경쟁력 확보 없이 제조업에 치중한 일본 기업의 경우 기업 가치 순위 하락이 명확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1990년 전 세계 ICT 기업 시가총액 20위 내에는 히타치(Hitachi·4위), 도시바(Toshiba·7위), 소니(Sony·9위)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일본 기업이 8개나 순위에 올랐지만 2015년 20위 내에 일본 기업은 통신사인 NTT(20위) 하나만 남았다.

반면, 하드웨어는 물론 운영체제(OS), 애플리케이션 장터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가지고 플랫폼 생태계를 만든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시가총액을 가진 기업이 됐다. 이밖에도 일본 기업이 사라진 자리에는 소프트웨어를 무기로 한 미국 기업이 대거 등장했다. 특히 구글(2위), 마이크로소프트(3위), 페이스북(4위), 아마존(5위) 등 플랫폼 기업의 활약을 바탕으로 9개의 미국 기업이 10위권을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위 내에 유일한 비 미국 기업 역시 중국 플랫폼 기업인 알리바바(6위)였다.

특히 업계에서는 미국 플랫폼 기업들의 독주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을 제외하면 글로벌 ICT 기업 시가총액 순위는커녕 자국 증권시장의 시가총액 순위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플랫폼 기업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시가총액 10위 내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아마존 등 플랫폼 기업이 다수 올라와 있는 반면, 영국(런던증권거래소)은 10위 내에 플랫폼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중국 기업들은 강력한 내수 시장과 정부 보호를 바탕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전 세계 ICT 기업 시가총액 6위에 오른 알리바바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약 1700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고, 텐센트는 홍콩증권거래소 기준으로 시가 총액 3위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글로벌 시장으로 플랫폼 외연을 확대하며, 국내 시가총액 12위에 겨우 이름을 올린 상태다. 네이버는 라인을 통해 현재 일본과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를 거점으로 북미의 페이스북, 중국의 위챗, 유럽에서는 왓츠앱(페이스북)과 경쟁하며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 중이다. 국내 시가총액 상위에 올라있는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의 경우 최근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서두르고 있으나 아직까지 전통적인 제조업과 통신업의 비중이 높아 플랫폼 기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혁신 기술, 내수 기반의 중국이 빠르게 플랫폼을 확장하는 사이, 한국의 제조 중심 ICT 성장은 한계에 봉착했다”면서 “한국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에 맞서는 강력한 브랜드인 삼성을 보유하고 있지만 OS, 소프트웨어 등 자체적인 생태계로 플랫폼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어 성장성에 거는 기대는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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