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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마다 비속·신조어 남발
‘썸남’‘핵존심’등 제목에도
SNS타고 일반에 급속확산

“걔는 ‘핵노잼’해서 ‘갈비’야.”

정상 언어로 풀면 “그 친구는 굉장히 재미가 없어서(핵노잼·‘핵폭탄급으로 재미가 없음’), 갈수록 호감이 안 간다(갈비·‘갈수록 비호감’)”이다.

9일 훈민정음 반포 569돌 한글날을 앞둔 가운데, 바른말 쓰기에 앞장서야 할 TV 매체에서 각종 비속어와 신조어가 생산·남발되고, 이것이 SNS를 통해 번지고 있다. 최근 방송된 MBC ‘일밤-복면가왕’에서 패널로 참여한 한 작곡가는 “‘역대급’ 시원한 무대였다”고 평했다. ‘역대급’은 ‘역대 최고’라는 의미로 쓰이지만, 표준어는 아니다. 어느 순간 표준어처럼 자연스럽게 방송에서 쓰이고 심지어 자막으로 나온다. SBS는 ‘썸남썸녀’라는 예능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케이블채널 tvN ‘코미디 빅리그’의 코너 제목은 ‘썸&쌈’이다. 요즘 널리 쓰이는 ‘썸타다’라는 표현은 남녀가 미묘한 감정을 주고받는다는 의미로 쓰이지만 역시 표준어가 아니다.

KBS 2TV ‘개그 콘서트’에는 ‘핵존심’이라는 코너가 있다. 자존심이라는 단어에 강조의 의미로 ‘핵’을 붙인 것이다. 이는 돈 자랑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는 ‘돈존심’, 몸매를 과시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몸존심’으로 변주(?)돼 퍼지고 있다. 이 외에도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단어 앞에 ‘개’나 ‘캐’를 붙인 표현이 버젓이 방송에 등장한다.

이런 신조어는 SNS의 활성화와 함께 순식간에 퍼진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처럼 단문(短文)을 쓰는 SNS에서는 줄임말이 대세를 이룬다.이를 바로잡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7일 ‘방송언어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발표했지만, 효과는 없다.

국립국어원 김문오 학예연구관은 “언어는 소통의 도구인데, 비속어나 신조어는 사회통합이나 공동체 전체의 소통에 걸림돌이 된다”고 우려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