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 생산된 비속·신조어
표준어처럼 확산되고 정착

SNS선 편리한 줄임말 즐겨
솔까말·뇌섹남·장미단추…
모든 세대로 언어파괴 번져

TV 매체를 통해 생산되고 남발되는 비속어나 신조어는 마치 ‘공인’된 표준어처럼 대중의 뇌리에 박힌다. TV의 힘인 것이다. 이는 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고 정착된다.

역으로 10대 또래 집단에 의해 만들어진 비속어 등이 방송의 개그 프로그램이나 연예인들이 대화를 나누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무분별하게 가져다 쓰면서 그 말을 크게 번지게 한다. 근래에는 10∼20대에서 중년층으로 이런 비속어 사용이 확산하는 추세다.

‘역대급’이란 표현은 방송에서 쓰이면서 이젠 표준어처럼 됐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 기준으로 2013년 이후 ‘역대급’이란 표현을 쓴 기사만 8만4000건이 검색된다. 한글 문법 파괴에 대한 경각심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썸타다’라는 표현 역시 방송을 통해 일반화됐고, 이제는 방송에서 “‘썸’이 표준어가 아니니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가는 “고루하다”는 타박을 받을 법하다. KBS 2TV ‘개그 콘서트’에 ‘핵존심’이라는 코너가 생기면서 대중은 ‘돈존심’, ‘몸존심’으로 활용해 사용한다. 대중의 언어적 창의성은 놀라울 정도여서 이렇듯 표준어 규범을 깨며 진화한다.

SNS의 활성화는 신조어의 범람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처럼 단문(短文)을 쓰는 SNS에서는 경제적 표현을 위해 줄임말을 자주 사용한다. ‘낄끼빠빠’(낄 데 끼고 빠질 데 빠져라),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 번달번줌?(번호 달라면 번호 줌?), 솔까말(솔직하게 까놓고 말해서), 버카충(버스카드 충전), 장미단추(장거리 미녀 단거리 추녀) 등 그 사례를 찾자면 셀 수 없이 많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동안 젊은 세대 사이에서 통용되던 이런 표현들이 스마트폰이 대중화돼 중장년층도 SNS를 쓰면서 전 연령층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세대의 언어 파괴를 지적하던 기성세대마저 ‘정확한 표현’보다는 ‘편리한 표현’을 좇으며 한글을 무시하는 경향이 확대되는 셈이다. 또 젊은 세대와 소통을 위해 이런 말을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경향도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7일 제정한 ‘방송언어 가이드라인’은 △표준발음법 및 외래어표기법 준수 △욕설·비속어는 효과음 처리한 경우라도 방송금지 △맞춤법에 맞는 자막 표기 △욕설·비속어 자막 금지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홍윤표 전 연세대 국어국문과 교수(한글박물관 개관위원회 위원장)는 “이런 신조어가 디지털 시대엔 필연적인 면이 있지만, 이를 제어하는 교육장치나 정책, 연구자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이로 인해 국민 간 소통에 장애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안진용·최현미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