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안익태 기념사업회 회장인 한헌수 숭실대 총장이 지난 9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숭실대 안익태 기념관 안에 있는 안익태 흉상 옆에 서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안익태 기념사업회 회장 한헌수 숭실대 총장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는 2015 안익태 기념 음악회 ‘Korea Fantasy’가 열렸다. 이번 음악회는 ‘나의 노래 애국가’라는 슬로건이 내걸렸다. 이 음악회는 2006년부터 안익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시작돼 해마다 열리고 있다. 이 음악회의 주최는 안익태 기념사업회다. 기념사업회의 회장은 한헌수 숭실대 총장이다. 숭실대에는 안익태 기념관도 있다. 왜 숭실대가 안익태 선생을 기념하기 위한 사업을 하는 걸까. 안익태 선생과 숭실대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여러 가지 궁금증을 가지고 지난 9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숭실대 총장실에서 한 총장을 만났다.

―숭실대가 왜 안익태 기념사업에 앞장서는가.

“올해는 광복 70주년이기도 하지만 고 안익태 선생이 애국가를 작곡한 지 80주년이 되는 해다. 안 선생이 돌아가신 지 5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9월 16일은 안 선생이 머나먼 이국땅 스페인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숨을 거둔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올해 음악회는 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안익태 기념사업회가 만들어진 지 20년이 넘었다. 안익태 기념관과 기념사업회 사무실이 숭실대에 있지만, 숭실대가 만든 것은 아니다. 안 선생 유가족들이 스페인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의 독지가들이 기념사업회를 만들었다. 안 선생은 평양 숭실중을 다닌 적이 있는 숭실대 동문이다. 이 때문에 숭실대가 기념사업의 핵심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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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사업회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2005년 통신회사, 모 신문사 등과 여러 독지가가 모여서 만들어졌다. 애국가를 작곡한 안 선생을 기리기 위해 여러분들이 모여 재단을 만들고 모금을 했다. 안 선생의 부인인 로리타 탈라벨라 여사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해 주기 위해 처음 시작됐다. 이 사업회를 발족하고 안 선생을 기념하는 사업들을 전개하자고 했다. 그 첫 번째로 로리타 여사가 안 선생의 유품을 모두 가지고 한국에 왔다. 그 유품들을 국립박물관과 숭실대 등에 기증했다. 그때 애국가 저작권도 국가에 헌납했다. 그게 첫 번째 사업이었다. 그 이후 계속해서 기념음악회 등을 하고 있다.”

한 총장은 숭실대가 안 선생 기념사업회를 주도적으로 맡게 된 이유 등을 말하며 인터뷰를 이어 갔다.

“개인적으로 기념사업회에 참여한 분들이 ‘사업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기관이 맡아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을 했다. 어느 기관이 적절한가 고민을 했다. 8년 전쯤에 손을 내민 데가 숭실대다. 총장을 당연직 이사로 들어오도록 한 뒤 이사장을 숭실대 총장이 맡아서 해 달라고 했다. 대학이 맡아서 하면 재정적으로 문제도 없고 지속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 숭실대가 맡게 된 것이다. 숭실대 입장에서도 어찌 됐던 그 어른이 졸업은 못 했지만, 우리 학교에 적을 뒀던 분이기 때문에 이를 수락했다.”

한 총장은 안익태 선생에 대한 친일논란과 관련, “친일행적에 대한 문제는 반론을 펴고 싶지 않다”며 “친일을 했으니 다 버리자고 하는 사람이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관점이 다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전제한 뒤 대화를 계속해 나갔다.

“1936년 그분이 애국가를 작곡할 당시에 가졌던 감정을 생각해 보자. ‘코리아 판타지’의 내용을 많은 분이 알고 있다. 한반도의 탄생부터 시작해 한반도에 사는 한민족의 어려움과 고난, 그 고난을 이겨내고 우뚝 선 우리 민족. 그리고 앞으로 우리 민족이 영원무궁토록 발전해 나가기를 기원하는 그런 내용 아니냐. 음악을 들어보면 마지막 클라이맥스에서는 감동을 안 받을 방법이 없다. 그것들이 애국가에 표현된 것 아니냐. 그분이 그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 일본의 음악 활동을 도와주기 전까지 순수한 마음으로 나라를 사랑하고 우리 민족이 겪었던 그 어려움을 극복해내고 만천하에 우뚝 서기를 기원하는 그 마음이 애국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마음마저 우리가 저버릴 수는 없지 않겠느냐. 그런 의미에서 숭실대가 안 선생 기념사업을 해야 하고, 가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안익태 선생의 애국가란 무엇인가.

“우리 국민들이 지난 70년 동안 애국가를 부르면서 얼마나 많은 감동과 애국심이 생겨났는가를 생각해 보라. 그런 부분은 우리가 소중하게 가져야 한다. 얼마나 감격스럽나. 우리 애국가만큼 아름답고 평화적이고 세계를 향해 아름다움을 표출하는 국가(國歌)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 국민들은 애국가를 정말 사랑하고 있지 않으냐. 우리 민족 모두가 부르고 있는 그 애국가가 탄생할 때 가졌던 그 속에 담긴 정신을 우리가 충분히 계승하고 기념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기념재단의 사업은 무엇이 있나.

“일단 애국가를 선양하는 마음을 모든 국민이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두 번째는 새로운 작곡가 발굴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매년 할 계획이다. 올해는 특별한 해여서 안 선생의 곡과 베토벤의 심포니 9와 견주어 연주하고 비교해 보는 음악회를 했다. 비교해 보니 전혀 손색이 없더라. 내년부터는 신진 작곡가를 발굴하는 일을 하려고 한다. 음악을 하시는 분들이 공통으로 걱정하는 것이, 서양 음악이 각 나라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고유한 음악과 융화돼 새로운 패턴의 음악을 만들어 냈는데, 우리나라는 그걸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 시도들이 있었지만 잘 안됐다는 것이다. 기념사업회는 서양음악이 한국의 고유한 정서와 융합되는 곡들이 많이 개발되고 그게 전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사업에 진력해 볼 생각이다. 이러한 계획에 대해서 재단에 참여하시는 이사들도 찬성하고 기금도 마련해 나가고 있다. 재단의 기금 중 일정액은 매년 신진 작곡가들을 발굴해서 무대에 서는 데 지원하려고 한다. 작곡가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자신이 작곡한 곡을 연주할 때 오케스트라 비용을 자기 돈으로 내서 연주하는 것이다. 이런 것에 대해 지원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매우 아쉬운 점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문화 융성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기념사업회도 ‘안익태’라는 매개체를 통해 공헌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 전개할 계획을 하고 있다.”

―사업회의 기금은 어느 정도 확보돼 있나.

“안타깝게도 별로 없다. 1억5000만 원 정도밖에 없다. 기금을 확대하기 위해 새롭게 이사진을 구성하고 ‘안익태 도록’도 만들어 판매하는 등의 사업을 할 계획이다. 이사들이 적극적으로 기금 모금에 도움을 주실 분들을 확보하고 있다. 도움을 주실 분들이 있으시면 환영한다. 기금 확대를 위해 ‘안익태 음악회’를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지방에서도 열려고 한다. 지방에서도 애국가, 안 선생이 작곡한 코리아 판타지가 연주되는 여러 활동을 전개하려고 준비 중이다.”

한 총장은 “안익태 선생의 고향이 평양이고, 숭실대도 1897년 평양에서 만들어진 한국 최초의 민족대학이자 유일한 ‘이산(離散)’ 대학으로 자주독립과 민족자립의 정신을 계승해 서울에 재건한 역사적 배경이 있는 대학”이라고 소개했다.

―숭실대만이 가지는 특별한 교육이 있나.

“한 대학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뭐냐. 숭실대는 이산대학인 만큼 통일과 관련된 일군들을 육성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통일을 바르게 준비하는 것이 뭐냐는 데에 중점을 둬 교육한다. 대학이 시민의식을 올바르게 교육하고 나를 희생하면서 우리 민족을 생각하고 이 나라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가르치는 게 통일운동이다. 그게 돼야 우리가 통일을 맞이할 준비가 되는 거다. 그것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기독교 정신인 희생과 봉사를 기반으로 한 리더십을 교육하고 있다.”

인터뷰 = 신선종 차장(사회부)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