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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가(國歌)인 애국가의 작곡은 안익태 선생이 했지만, 가사를 지은 사람은 미상으로 남아 있다. 애국가라는 이름의 노래가 등장한 것은 조선말 개화기 이후였다. 독립신문이 창간(1896)되자 여러 종류의 애국가 가사가 신문에 게재됐다. 국운이 다해가던 1907년 전후에는 지금의 애국가와 거의 유사한 노랫말이 만들어졌다. 이후 여러 선각자에 의해 지금의 애국가 가사가 완성된 것으로 보이나 문제는 곡이 없었다. 어느 때부터인지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이 애국가의 곡으로 자연스럽게 불렸다.

유럽에서 작곡·지휘자로 활약하고 있던 안 선생은 조국의 애국가가 남의 나라 민요곡으로 불리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1936년 마침내 ‘한국 환상곡’을 완성하면서 마지막 악장으로 지금의 애국가를 작곡했다. 하지만 해외에서만 겨우 불렸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정부의 공식 행사에 사용되고, 학교 교과서에 실리면서 전국으로 퍼져갔다.

안 선생은 1906년 12월 5일 평양에서 출생했다. 6세 때 동네 예배당의 찬송가에 이끌려 음악을 접한 뒤 선교사에게 바이올린을 배웠다. 1914년 평양 종로보통학교에 입학, 트럼펫과 바이올린을 배우고, 1918년 평양 숭실중학교에 입학해 첼로 수업을 받았다.

친일 행적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그는 1919년 3·1운동에 가담한 수감자 구출운동에 참여했다가 숭실중에서 제적당했다. 하지만 안 선생의 음악성을 높게 산 당시 숭실중 교장인 마우리(E M Mowry) 박사의 배려로 1921년 일본 도쿄(東京) 세이소쿠(正則)중학교에 음악 특기자로 입학했다. 그 뒤 도쿄 구니다치음악학교에서 첼로를 전공해 본격적인 음악수업을 계속했다.

그는 1932년 미국 신시내티음악학교로 유학하는 한편, 신시내티교향악단의 첼로 주자로 입단해 동양인 최초의 주자가 됐다.

그 뒤 필라델피아교향악단에도 입단했으며, 신시내티·필라델피아 등지에서 첼로독주회를 가졌다. 1934년 유럽으로 가서 독일·오스트리아 등지에서 지휘 및 작곡을 공부했으며, 헝가리 등지에서도 머물렀다.

안 선생은 제2차 세계대전 발발 후 독일·오스트리아 등에서 지휘자로 활동하며, 빈필·베를린필·로마교향악단·부다페스트교향악단을 지휘하고,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스페인 마요르카에 정착, 교향악단을 지휘했다. 1950년대 중반 이후에는 영국·남미·미국 등의 교향악단에서 객원 지휘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1959년에 귀국해 KBS교향악단 등을 지휘하고, 1962년에는 제1회 서울국제음악제에서 지휘했으며, 그 뒤 제2회부터 제4회까지 국제음악제를 주도, 지휘했다. 1965년 스페인에서 사망했다. 같은 해 문화훈장에 추서됐다.

유해가 1977년 고국으로 돌아와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작품으로는 ‘강천성악(降天聲樂)’, 첼로곡 ‘한송이 흰백합화’ 등을 남겼다.

신선종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