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韓中러… 北 중국 베이징에서 3일 개최된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식에서 시진핑(앞줄 오른쪽 다섯 번째) 국가주석 등 각국 정상급 인사들이 행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근혜(〃 세 번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여섯 번째) 러시아 대통령, 반기문(〃 여덟 번째) 유엔 사무총장이 시 주석 부부의 좌우에서 사진을 찍은 것과 달리 최룡해(붉은 점선 원 안) 북한 노동당 비서는 시 주석과 가장 먼 자리에 서 있다. 신화연합뉴스

中 지렛대로 北核 압박
‘군사대국화’日도 견제
전승절 열병식 참관

박근혜 대통령이 동북아 신질서를 주도하기 위한 외교적 도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남북 화해와 협력 시대를 열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고, 일본의 군사 대국화 행보 등에 대처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던진 승부수가 향후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3일 오전 중국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진행된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식의 열병식 참관은 박 대통령에게는 일종의 ‘게임 체인저’ 의미를 갖고 있다.

박 대통령은 기존의 한국·미국·일본의 삼각동맹 체제에서 ‘한국의 이탈 가능성’이라는 미국 보수사회의 우려와 일본 우익진영의 비난과 질시를 무릅쓰고 베이징 행을 선택했다. 정면돌파 전략인 셈이다. 박 대통령은 2일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해서 심도있는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CCTV를 비롯한 전 세계 언론과 정치권의 시선은 전승절 기념식이 열린 톈안먼 광장에 꽂혔다. 전 세계 언론들은 시 주석을 중심으로 오른편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왼편으로는 펑리위안(彭麗媛) 여사, 바로 이어 박 대통령이 나란히 서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을 생중계했다.

이어 톈안먼 성루에서는 시 주석을 중심으로 오른편에 푸틴 대통령, 이어 박 대통령이 나란히 열병식을 지켜보는 모습을 생중계했다. 사회주의 이념적 전통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 정상 옆에 공산주의 북한의 침략을 받은 한국의 박 대통령이 섰던 것 자체가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었다. 서방진영 국가 정상들은 이날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파격적인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은 필연적으로 한·미동맹 강화와 한·일 관계 개선의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박 대통령의 ‘중국 다가가기’는 한반도 평화통일과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전술적 선택인 만큼 한반도 안보의 골간을 이루고 있는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굳건히 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10월 16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번 방중 성과를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동북아 외교의 주도권을 확보해 한반도 통일로 나아가려는 ‘박근혜 독트린’의 결과가 주목된다.

한편 중국은 이날 사상 최대 규모의 전승절 기념식을 통해 전 세계에 대국굴기(大國굴起)를 알렸다. 시 주석은 기념사에서 “역사를 되새기고 평화를 수호하며 미래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기념식에는 박 대통령 등 30개국의 지도자들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10명의 국제기구 수장, 19개국의 정부 대표단이 참석했다. 열병식에는 1만여 명의 중국군 병력과 11개국에서 온 70여 명의 병력이 참가했다.

베이징 = 이제교 기자 jklee@munhwa.com, 박세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