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대리 참석 최룡해(왼쪽) 북한 노동당 비서가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2일 평양을 출발하며 북한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北, 최룡해 등 3명만 참석
시주석과 회담도 없을듯
朴 특별예우와 위상차이

고립심화 김정은 위기감
국면전환용 도발 가능성
남북교류 확대 나설수도

북한의 고립이 가속화하는 기류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중국 인민의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고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보냈다. 최근 들어 최악으로 평가받는 북·중 관계 회복을 위해 모종의 임무를 부여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불만 표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행사를 통해 김 제1위원장의 초조함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도발에 대한 ‘무관용’ 의지를 나타내 압박을 가하고 있다. 북한의 고립도 한층 심화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손님 가운데 한 분이다. 잘 모셔라”는 지시를 수차례 하달했다. 김 제1위원장의 고립감, 초조함이 역으로 남북대화 국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초조한 김정은, 혈맹 중국과 등질까 = 최 비서가 이끄는 대표단은 노광철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이길성 외무성 부상 등 3명에 불과하다. 최 비서가 김 제1위원장의 특사가 아닌 대표단 단장의 지위이고, 전용기가 아닌 일반항공기를 이용해 베이징(北京)에 도착했다는 것으로도 북·중 관계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 비서는 3일 오전 열병식에 참석해 시 주석과 악수를 한 정도에 그쳤다. 최 비서가 방중 기간 중 시 주석의 별도 접견 등 그 이상의 모습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이날 “(이번 행사에서 확인된)남북의 위상 차이 때문에 북한이 상당히 속이 쓰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인훙(時殷弘)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장성택 처형 등 북한이 중국에 보여준 태도는 북·중 관계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전통 우방이자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등을 져 북·중 관계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핵 개발을 고수하는 북한이 동북아 외교 무대에서 점점 소외되면 6자회담 등 북핵 해결에 대한 압박도 강화되지만, 한편으로는 국면을 뒤엎기 위해 북한이 돌발 행동을 할 위험도 커지고 있다는 우려다. 실제 일각에서는 중국에 대한 북한의 소외감, 국제사회에서 고립무원의 처지가 역으로 장거리 미사일 발사시험이나 4차 핵실험 도발을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한 고립 피하기 위해 남북교류?= 한편에서는 북한이 국제적 고립의 우려가 커지는 만큼 내부 불안을 남북교류 활성화로 무마하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원하는 핵·경제 병진노선을 성공시키려면 외국자본의 투자와 다국적 협력이 필요한데, 개혁·개방은 김정은 체제를 흔들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면서 “결국 기존 협력을 강화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개성공단 등으로 경제 협력을 하고 있는 한국과의 교류 활성화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올 들어 남북한 교역액은 5·24 대북제재 조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교역 물품의 대부분은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물품 및 관련 원자재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