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경계’ 8·25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합의로 군 당국이 최고 경계태세를 낮춘 가운데 26일 휴전선 부근 강원 화천군에서 군 장비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존의 원론적 입장 벗고 남북 위기 중재 두팔 걷어
“中, 건설적 역할하겠다” 우다웨이 발언 등 뒷받침
한·중 협회 참석 中인사도 대북 압박책 풀 가동 시사
북·중 접경 기계부대 배치 ‘무력시위’였을 가능성

중국 외교부 당국자들이 지난 22일 오후 극비 방한해 청와대·외교부·통일부 등 대북라인 실무자들을 만난 것으로 27일 알려진 가운데 이것이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및 협상 타결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 당국자들의 극비 방한이 사실이라면 이는 남북 간의 군사적 대치 상황에서 중국이 ‘대북 압박 카드’를 총동원한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어서 특히 관심을 끈다.
　
게다가 중국 당국자와 청와대 등 대북라인 실무자들의 긴급 회동은 북한이 남측에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한 ‘최후통첩’ 시한(22일 오후 5시)을 불과 수 시간 앞두고 이뤄진 것으로 전해져, 이것이 북의 태도 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의 준전시 상태 선포 직후 한반도 문제 외교 실무책임자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주목된다.
　
중국의 적극 외교는 그동안 한반도 긴장 및 위기 상황에서 ‘평화와 안정을 바란다’거나 ‘관련 당사자들이 모두 자제해달라’는 식의 원론적인 입장만을 되풀이하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온 것과 대조된다.
　
외교 소식통 등에 따르면 22일 극비 방한해 한국의 대북라인 실무자들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측 인사들은 외교부 부부장급 등 실무 당국자 5명이다. 이때는 북한이 8·20 연천 포격 도발 직후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고 군사행동을 벌이겠다며 보내온 최후통첩 시한을 몇 시간 남기지 않은 시점이었다.
　
공교롭게도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 속에서 “북측 제의로 남북이 22일 오후 6시 고위급 접촉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함으로써 일단 최악의 위기 상황은 지나가는 시점이었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중국의 적극 외교가 남북 고위급 실무 협상 타결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남북한 군사 대결보다는 협상을 통해 사태를 신속하고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기여했을 것이라는 분석인 셈이다.
　
정보 관계자는 “중국 당국자들의 전격적인 방한은 확인해 줄 수 없으며 청와대는 방문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는 “중국 당국자들이 그 시점에 극비 방한해 대북 실무라인 관계자들과 회동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중국이 북한의 무력 도발 및 남북 간 군사 충돌을 막기 위해 대북 외교 채널을 총가동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중국 정부 고위급 인사는 ‘21세기 한·중교류협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우리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도 중국이 남북 군사 대치 상황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많이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