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언제 만날까 이산가족 김두환(82) 씨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동 대한적십자사에서 직원에게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확인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문화·스포츠 협력 등 당국회담서 추진… 전망 정부·경제계도 ‘환영’

“금강산관광 재개 등은 천안함폭침 北사과 먼저… 재발방지 약속 꼭 받아야”

일촉즉발의 남북 간 대결국면이 대화로 해결되면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구현되고 민간교류가 활성화돼 남북관계가 긍정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명확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없이 합의했다는 지적과 함께 5·24 제재 해제를 포함해 무원칙한 대북 관계 개선이나 대북 지원이 이뤄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천안함 폭침에 대해 여전히 최소한의 인정도 하지 않은 북한에 대해 제재 조치를 풀 경우 도발과 협상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평양 당국회담에서 남북협력 강화 = 남북은 이번 고위당국자 접촉을 통해 서울 또는 평양에서 당국회담을 개최해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하고, 민간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합의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문화·스포츠·환경 분야의 남북 협력을 강조해왔고, 통일부가 지방자치단체의 남북 교류 사업을 폭넓게 허용하기로 한 만큼 다양한 분야의 공동 프로젝트·행사 등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25일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공동보도문 발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경제계 차원의 남북 협력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용현(북한학) 동국대 교수는 “이번 접촉의 성과가 남북관계 개선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교류를 추진할 수 있는 당국회담이 열린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당국회담은 이번과 같은 2+2회담 혹은 장관급 회담, 군사회담과의 결합 등 여러 형태가 제시될 수 있다. 청와대-국가안전보장회의(NSC)-통일부 대북 안보라인이 관련한 틀을 마련해 조만간 북한에 제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한반도에 대화국면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다만 2013년 남북당국회담 등에서 회담 대표의 ‘격’ 문제로 회담이 무산된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명분 없는 5·24조치 해제는 위험 = 이 같은 민간교류 활성화가 천안함 폭침에 대한 사과 없는 5·24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북한은 그동안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5·24조치 해제를 요구해왔기 때문에 당국회담에서 두 안건을 의제로 올릴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이번 접촉 때처럼 북한이 ‘유감 표명’을 하는 선에서 협의하고 제재를 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과 연천 포격 도발에 대해 명확한 사과가 아닌 유감 표명을 한 대가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했는데, 천안함 폭침에 대해서도 명확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없이 5·24조치를 풀 경우 북한이 이 같은 도발을 반복할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북한은 정전협정 이후 500여 차례나 무력도발을 일으켜왔다.

25일 자유민주연구원은 성명을 내고 “이번 공동보도문은 지뢰 도발과 포격 도발에 대한 명확한 사과가 없는 반 대한민국적 합의”라면서 “북한의 명백한 사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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