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롯데쇼핑 사장 해임
父親에 억울함 강하게 호소
사내 등기임원으로 재입성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사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하고 불과 7개월 만에 다시 장남 편에 서서 차남 신동빈 회장의 해임 의사를 공식화한 데에는 장녀인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란 해석이 롯데그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 측도 “재계서열 5위 그룹사의 회장을 한 달 사이에 3번이나 해임하겠다고 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은 경영과 관련이 없는 (건강이 안 좋은 신 총괄회장의 의지라기보다는) 주변 친인척이 주도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동빈 체제가 들어서면서 퇴진하거나 배제된 친인척 집단이 장남 편에 서서 사실상 경영권 찬탈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날 롯데그룹 전·현직 관계자들에 따르면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신 총괄회장을 챙겨 온 신 이사장은 이번 사태에서 신 총괄회장이 장·차남에 대한 태도를 180도 바꾸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신 이사장은 지난 6월 27일 신 전 부회장이 주도한 신 총괄회장의 일본행에 함께 했다가 다음날 함께 귀국한 후 같은 숙소에 머물고 있다.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신 이사장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결국 신 총괄회장의 마음을 움직여 등기이사로 복귀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신 이사장은 1980년 롯데쇼핑 영업담당 이사로 입사한 후 1983년 영업담당 상무, 1988년 상품 개발 및 상품매입 담당 부사장, 1989년 상품본부장 부사장, 1997년 총괄 부사장, 2008년 사장을 맡았다가 신 회장 체제가 확고해지면서 물러났다.

당시 신 회장은 롯데쇼핑 임원진을 모아 놓고 이복누이인 신 이사장에게 비공식 보고를 하는 ‘줄서기 행태’를 강하게 질타한 적도 있는 것으로 전·현직 관계자들은 전했다. 신 이사장은 부친에게 억울함을 강하게 호소했고, 결국 부친의 지지를 얻어 2008년 사내 등기임원으로 롯데쇼핑에 재입성했다.

이 같은 구도는 현재 장남인 신 부회장이 부친인 신 총괄회장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일본롯데 경영권을 되찾으려는 시도와 같은 패턴인 것으로 롯데그룹 안팎에선 보고 있다. 그 때문에 이번 사태에서도 신 이사장이 신 총괄회장의 마음을 움직여 장남의 경영권 찬탈을 지지토록 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게 롯데 전·현직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