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본격 휴가철을 맞아 섬 지역이 피서지로 각광받는 가운데 지난 28일 인천 옹진군 덕적면 덕적도의 밧지름해수욕장이 새색시처럼 수줍은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오른쪽 위는 덕적도∼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을 운항하는 차도선, 가운데는 능동자갈마당해수욕장의 자갈들, 아래는 해수욕장 주변 숲 속에 핀 나리꽃 군락. 김선규 기자 ufokim@

① 인천 옹진군 덕적도

백령·영흥도 다음으로 크지만
숙박·상업시설 부족으로 낙후
잡상인도 바가지도 없이 고요

섬의 90% 숲 … 비박족에 인기
관광객 “수도권 가까운 힐링명소”

섬∼섬∼육지 연결 교량 시급

인천 앞바다에서 백령도와 영흥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섬. 아직 천혜의 절경과 때 묻지 않은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 수도권의 섬. 무한한 개발 잠재력과 힐링 파워를 가지고 있지만 놀거리, 즐길거리, 상업·숙박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에 가장 낙후한 섬. 세월호 침몰 사고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를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인천 옹진군 덕적면 덕적도 일대를 지난 28일 둘러보았다.

덕적도는 인천 연안부두에서 남서쪽으로 80㎞ 지점에 위치한 면적 36㎢의 섬으로 비조봉(해발 292m), 국수봉(314m), 모래알이 고운 서포리해수욕장, 적송이 울창한 밧지름해수욕장, 이국적인 풍광을 지닌 자갈마당해수욕장 등을 갖추고 있다. 덕적도는 또 굴업도, 백아도, 소야도 등 7개의 작은 섬들에 둘러싸여 있다.

이 중 덕적도 진리선착장에서 승용차로 5~6분 거리에 위치한 밧지름해수욕장은 동해안 못지않게 고운 모래사장과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수질을 자랑하고 있었다. 또 해수욕장 뒤편으로는 수령 200년 이상의 굵은 소나무들이 몇 겹으로 줄지어 늘어서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고 있었다. 세면대, 샤워장, 화장실 등이 잘 정비돼 있었으나 입장료는 받지 않았다. 그러나 펜션이 2곳밖에 없는 데다 주차장, 음식점, 상업시설 등이 없는 탓인지 인적이 뜸한 데다 텐트 10개만 드문드문 소나무밭에 설치돼 있었다.

밧지름해수욕장에서 섬 일주 해안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10여 분 거리에 위치한 서포리해수욕장. 일대에는 음식점, 숙박업소, 자연휴양림, 텐트촌 등이 고루 자리 잡고 있었다. 울창한 소나무밭 곳곳에는 산책용 덱이 깔려 있었으며 해수욕장에는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그늘막 시설도 설치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해수욕장에서 물건을 팔거나 자리 값을 요구하는 상인 등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가 없었다. 해수욕장 일대에서 텐트를 치고 있거나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하는 피서객을 모두 합쳐도 50명 안팎.

이곳에서 만난 피서객 김영수(45) 씨는 “교통이 복잡하고 바가지가 심한 동해가 싫어 일부러 덕적도를 찾아왔다”며 “여기야말로 수도권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아름답고 조용한 힐링 명소”라고 말했다,

서포리해수욕장에서 북서쪽으로 20여 분 거리에 있는 능동자갈마당해수욕장도 한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기암괴석이 소나무, 해당화 등과 잘 어우러진 일대에는 텐트 1개, 캠핑카 1대, 피서객 4∼5명만이 해변을 지키고 있었다.

이처럼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이 많이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으로 덕적도와 굴업도, 백아도, 소야도 등 인근 섬 7개를 찾는 트레킹족은 늘고 있었다. 실제로 진리선착장에 도착한 여객선 승객의 절반가량은 다시 배를 갈아타고 인근 섬으로 향했다. 덕적면에 따르면 이들 인근 섬을 찾는 승객의 70∼80%는 굴업도를 찾아가는 트레킹족이다. 서포리해수욕장 바로 뒤편에 우뚝 솟은 비조봉에서 국수봉에 이르는 6시간 코스의 등산로를 찾는 등산객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었다.

덕적도의 터줏대감이자 한평생 전쟁고아 입양사업에 몸 바쳐온 서재송(86) 옹은 “서포리해수욕장 해당화밭이 6·25전쟁 이후 미군들의 상륙훈련으로 사라진 점, 덕적도 주민들 간의 따뜻한 정이 사라진 것이 못내 아쉽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자택에서 빛바래고 손때가 묻은 사진첩을 이리저리 들여다보며 자신의 친자식으로 입양한 혼혈아 2명, 덕적도 출신으로 미국에 입양 보낸 고아 10여 명 등 수백 명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대부분 혼혈아였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미국 등 해외로 입양을 보낸 1600여 명의 전쟁고아를 하루 빨리 다시 만나고 싶은 소망을 간직하고 산다. 서 옹은 “6·25전쟁 당시 미군 복무를 마치고 고향에 돌아와서 교사, 면 서기 등으로 일하다 1966년 덕적도로 부임하신 천주교 메리놀외방전교회 소속 최분도(Benedict Zweber) 신부님을 만나 고아 돌보는 일을 시작하게 됐다”며 “이후 40여 년 동안 아내와 덕적도, 송현동, 부평3동 등의 성당과 성소를 돌아다니면서 전쟁고아와 태풍에 부모를 잃은 고아들을 돌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덕적도는 아직은 콘도시설 하나 없을 정도로 피서객들과 관광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빈약하지만 향후 개발 가능성은 가장 높은 섬으로 손꼽히고 있다. 현재 덕적도가 요트 마리나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최적지라는 주장이 자주 제기되고 있으며 중국인 관광객들을 대거 유치할 수 있는 섬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 CJ그룹도 인근 섬인 굴업도 일대를 인천 앞바다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대부분의 토지를 수년 전 매입한 상태다. 하지만 덕적도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심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덕적도 = 이상원 기자 y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