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난 5월 20일부터 정부가 사실상 사태 종료를 선언한 28일까지의 69일은 감염병과 같은 국가 재난 사태에 대한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 부재를 온 국민이 확인한 시간이었다. 청와대부터 일선 보건 당국에 이르기까지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보여준 안일한 대응과 늑장 대처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 이어 다시 한번 많은 국민에게 ‘믿을 수 없는 정부’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 줬다. 과감한 시스템 개혁뿐 아니라 관련자 문책과 개각 등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정부의 대응은 매번 늦었다. 공세적이고 주도적인 대응으로 상황을 통제하기보다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하는 사태에 떠밀려 찔끔찔끔 대책을 내놓기 일쑤였다. 5월 20일 첫 환자 발생 후 정부는 1번 환자와 접촉한 64명을 자가격리한 뒤 “강력하고 광범위한 범위에서 접촉자를 격리했다”고 밝혔다. 1번 환자와 2m 이내에서 1시간 이상 접촉한 같은 병실의 환자와 가족, 의료진만 격리한 것이었다. 그러나 다른 병실에서 환자가 발생하고, 심지어 감염된 환자가 해외출장까지 갔다가 현지에서 격리되는 국제적 망신이 뒤따랐다.

환자 등에 대한 의료기관 간 정보 공유, 환자 발생 병원명 공개 등도 뒷북이었다. 사태 시작 15일이 지난 6월 3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메르스 대응 민관 합동 긴급 점검회의’가 열린 뒤에야 △양병국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과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등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종합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 △의료기관 간 정보 공유 △국민 불안 해소 차원에서 병원 등 정보 공개 등이 결정됐다. 그나마도 병원명 공개는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은 지 4일이 지난 6월 7일에야 이뤄졌다. 환자 발생 병원명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빗발치는데도 ‘병원명 공개 시 득보다 실이 크다’며 버티다 격리자 수가 2000명을 넘어서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등 떠밀리듯 공개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컨트롤타워를 수차례 변경하면서 우왕좌왕했다. 처음에는 질병관리본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다가 5월 28일 복지부에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차려지고 장옥주 복지부 차관이 본부장을 맡았다. 6월 2일 본부장이 문형표 복지부 장관으로 격상됐으나 6월 8일 다시 종합대응 태스크포스(TF)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됐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