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일상으로 돌아갑시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메르스 대응 범정부 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메르스 유행의 사실상 종식을 선언하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

기니·라이베리아등서 다시 에볼라 사망자 나와
中선 조류인플루엔자 비상… 홍콩독감도 여전히 기세
전문가 “제 2메르스 사태 언제든지 다시 올수 있다”

건보 13조 누적흑자 활용
선진국수준으로 체계 개편
감염병 대응 역량 키워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국내 유행이 사실상 종식됐지만, 메르스처럼 전염력이 강한 바이러스는 세계 곳곳에서 창궐하고 있어 국가방역체계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감염병의 빠른 확산 속도를 감안하면 지금 당장 제2의 메르스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가 한시라도 빨리 촘촘한 방역망을 구성하고 취약한 의료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28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10일 중국 윈난(雲南)성에서 동물인플루엔자 인체감염증(H5N6)에 감염된 37세 여성이 사망했다. 앞서 6월 12일에는 베이징(北京) 등 중국 7개 도시에서 동물인플루엔자 인체감염증(H7N9) 환자가 15명 발생해 이 중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종식된 것으로 알려졌던 에볼라 바이러스 환자도 지난 14일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에서 15명 발생해 이 중 2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와 교류가 활발한 홍콩에서는 홍콩인플루엔자가 최근 1개월간(6. 12~7. 2) 108명을 감염시켰다. 국내 메르스도 국내 첫 환자를 통한 유행은 종식됐지만, 또 다른 중동 방문자를 통한 감염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 중동 입국자 중 발열 등의 증상이 있어 신고 후 격리된 사람도 37명(누적·격리해제 포함)에 달한다. 이 외에도 뎅기열, 말라리아, 홍역 등 해외유입감염병은 2009년 200건 내외였지만 지난해에는 400건까지 늘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가 다시 들어올 가능성은 상당히 높고, 아프리카의 에볼라나 중국의 조류인플루엔자(AI),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A(H1N1) 사태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며 “국내에서도 각종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강한 다제내성 바이러스, 이른바 슈퍼박테리아가 문제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염병은 부지불식간에 들어와 방역망을 무너뜨리는 경우가 많은 만큼 상시적인 모니터링 시스템, 질병관리본부 확대 개편, 인력 및 재정 확대 등 체계적인 방역체계를 하루빨리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이후 방역시스템 개편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계속됐음에도 정부의 후속 보완 대책은 메르스 초기 방역 수준만큼이나 더딘 상황이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질병관리본부 체제 개편안 등에 대해 연구용역을 준 상태로, 다음 달이나 돼야 초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각종 여론 수렴 단계를 거치면 시행이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조차도 질병관리본부 격상보다는 조직 내부 역량 강화 등의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그동안 메르스 방역에 집중해 개편이 어려웠다면, 정부가 이제라도 신속하게 시작해야 한다”며 “질병관리본부가 청(廳)이 되든 처(處)가 되든, 중요한 건 방역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감염병에 취약한 응급실과 입원실 등의 의료시스템 개선을 위해 흑자 상태인 건강보험 재정을 활용해 포괄간호서비스(간호사가 전문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 확대, 병원 감염관리 수가 인상 등을 신속하게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강보험은 그동안 중증질환에 대한 치료비 지원 등 의료 보장성 강화를 위한 노력은 많았지만, 대형병원 쏠림 현상·붐비는 응급실·비좁은 입원실 문화 등 의료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의료단체와 시민사회단체는 누적 흑자 13조 원에 달하는 건강보험 재정을 활용해 의료체계를 선진국 수준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 교수는 “정부가 단순히 건강보험 수가를 개선하는 문제에서 끝내서는 안 된다”며 “장기적으로 의료전달체계 등 의료계 전반에 대해 실증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태스크포스 등 공론의 장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