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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SW)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공공SW 분할발주 제도를 도입해 종전의 횡포를 차단하고 SW 제값주기 풍토의 첫 단추를 끼운 것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낌니다.”

김상규(사진) 조달청장은 27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SW제품의 설계와 구현 공정을 분리해 발주하는 시범사업을 조달청 주도로 올해 처음 실시했다”며 “의미 있는 출발을 한 만큼 관련 법률개정까지 마무리하는 데 최선을 다해 국내 SW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5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김 청장은 그동안 연간 120조 원에 달하는 공공구매력을 통해 신성장산업을 육성하는데 무엇보다 공을 들여왔다. ‘신기술서비스국’을 신설해 시설과 물품구매 양대 축으로 움직이던 조달행정체계를 시설·물품·서비스의 트로이카 체제로 전환시켰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본격 추진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SW, 헬스케어, 의료장비, 로봇 등 신성장 서비스산업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20여만 종류의 관수 물품이 거래되는 ‘나라장터’를 내수 활성화의 플랫폼으로 활용하기 위한 시도도 본격화했다. 김 청장은 “충남 서천, 전북 군산 등의 자치단체별 관광상품을 나라장터 쇼핑몰에 등록했다”며 “향후 각 지역의 관광상품이 나라장터에 등록되면 홍보 효과도 있고 상품 표준화도 촉진돼 기관뿐 아니라 민간이 직접 이용하는 수준까지 고도화될 수 있고 국내 관광 활성화로 자연스레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청장은 “지난 1년간 다져진 공공조달 체질 개선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조달행정은 투명, 미래, 글로벌, 상생 등 4가지 목표를 갖고 매진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투명 조달’을 위해 현재 조달청만 시행 중인 사전규격공개 제도를 전 공공기관으로 확대하도록 하고, 지자체나 민간에 지원되는 국가보조금 사업이나 연구개발 장비 구매사업의 조달요청 의무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방산물자를 조달청이 보다 많이 떠맡는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아직 지지부진합니다. 사전규격 공개제도는 국내 조달시장의 투명성을 한차원 점프업 시킬 수 있는 제도로 기대가 큽니다.”

조달청에서도 ‘한학공부 동아리’를 만들 정도로 평소 한학과 한시에 조예가 깊은 김 청장은 “시장경제 최일선과 만나는 조달청 공직자는 ‘상인적 감각’도 중요하지만 ‘기능인’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열정과 이상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도 필요할 것 같다”고 ‘서당’ 개설 이유를 설명했다. 평소 학구적이며 신중한 성격의 김 청장은 공직생활 동안 당·정·청을 두루 거친 드문 경제 관료로 친화력도 남다르다는 평가다. 올해 스포츠토토 수탁사업자 선정 소송전에서 조달청이 ‘정면 돌파’를 통해 승소를 이끌어 내는 과정에서 강한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청장은 “논어에 나오는 ‘일이관지(一以貫之)’(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의 자세로 업무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대전 =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