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해킹 시연’ 국가정보원의 스마트폰 해킹 의혹과 관련 당내 진상조사위원회를 맡은 안철수(왼쪽 두 번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카카오톡 해킹 프로그램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의혹 쟁점’ 뭔가

野 “갤럭시폰·카톡 등 내국인 대상 해킹했을 것”

정부측 “北공작원이나 해외 협조자 파악 위한것”

野 “영장없는 감청 불법” 정부측 “대국민용 아냐”

국가정보원이 2012년부터 이탈리아 보안업체로부터 컴퓨터·스마트폰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것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구입 목적과 실제 사용처, 해킹 가능 범위 등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국정원이 국내에서 일반 국민들까지 무차별 사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며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국정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해명한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왜 구매했나= 해킹 프로그램의 구입 목적 및 용도는 새정치민주연합과 국정원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이다. 새정치연합은 국정원이 이탈리아 업체 해킹팀에 갤럭시폰, 카카오톡 해킹 기술 개발을 문의하고 국내 보안업체 안랩에 대한 분석을 의뢰한 것 등을 비춰 보면 내국인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해킹 활동을 벌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 총선과 대선 직전에 해킹 프로그램에 대한 추가 구입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심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16일 “선진 해킹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주목적이나 해외에 거주하는 북한 공작원·공관원과 북한에 협조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해킹 목적으로도 사용했다”고 선을 그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북한 공작원이나 북한에 협조하는 외국인들이 갤럭시폰을 소지하거나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기술적 필요에 따라 요청한 것뿐이라는 주장이다. 시기적으로도 실제로 해킹 프로그램을 구매한 것은 2012년 1월과 7월 두 번이어서 의혹 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기술적 문제도 논란= 카카오톡 해킹 가능성을 포함해 해킹 프로그램의 기술적 부분에 있어서도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당연히 국정원이 카카오톡 해킹 기능을 이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 측은 그러나 “구매한 해킹 프로그램에 카카오톡 수집 기능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정원은 해킹팀에 카카오톡 해킹 기능과 관련해 기술 개선 관련 문의를 했을 뿐, 국정원이 구입한 프로그램에 실제로 그런 기능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한국 정보통신망을 사용해야 악성코드 감염이 가능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정보 당국은 “일반적으로 해킹은 인터넷을 통해 수행하는데 인터넷은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돼 있어 한국에서 전 세계 어디든 접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해킹 프로그램 20회선을 구입한 것에 불과해 적법한 절차대로라면 대규모 정치 사찰에 활용하는 것이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국정원이 이를 불법 복제해 더 많은 사람에게 사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불법 논란= 해킹 프로그램 사용의 불법성 여부 판단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 영장 없이 도·감청을 할 때에는 명백한 위법이고 국정원도 “대북 및 해외정보 수집 등의 용도로만 쓰고 국민에게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문제는 해외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했을 때다. 문병호 새정치연합 의원은 15일 낸 보도자료에서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대북 및 해외정보 수집’ 용도로 썼다 하더라도 실정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적대국가, 반국가활동 혐의가 있는 외국 기관 및 외국인, 북한이나 외국에 소재하는 산하단체 구성원의 통신을 법원의 영장 없이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감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정원이 대북·해외 정보활동을 할 때도 대통령의 승인을 서면으로 받아야 하고, 대통령의 승인을 받았더라도 감청 대상자가 한국 국적의 내국인과 통신할 때에는 추가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에 따른 스마트폰과 컴퓨터 불법 도·감청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할 필요성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