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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이상 세대라면 어렸을 때 엉덩이에 종기가 나서 까만 고약을 붙였던 경험이나 혹은 고약을 붙인 가족이나 친구를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그때는 종기가 흔한 피부질환이었다.

종기는 왜 나는 것일까. 우리 피부에 있는 모낭(피부 속에서 털을 감싸고 영양분을 공급하는 주머니)이 세균에 감염이 되어 노란 고름이 잡히면 이를 모낭염(folliculitis)이라고 한다. 종기는 바로 이 모낭염이 심해지고 커져서 피부가 볼록 솟을 정도로 딱딱하게 굳어진 결절이 생긴 것을 말한다. 모낭염의 중증 상태가 바로 ‘종기’인 것이다. 종기는 모낭이 있는 부위라면 어디든지 발생할 수 있다. 주로 얼굴, 목, 겨드랑이, 엉덩이, 허벅지, 샅고랑 부분에 잘 발생한다. 엉덩이에 종기가 났었다는 사람이 많은데, 엉덩이에도 모낭이 있고 미세한 털들이 있으므로 당연히 모낭염과 종기가 생길 수 있다.

종기를 유발하는 세균은 다양하지만 가장 흔한 세균은 포도알균(staphylococcus)이다. 포도알균은 건강한 사람의 피부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균인데 모낭에 침투할 경우 이렇듯 종기와 같은 피부 감염을 일으키는 병원균으로 작용한다. 엉덩이에 자주 재발하는 종기는 산소부족균(anaerobic bacteria)에 의한 경우도 있다. 종기는 위생 상태가 안 좋을 때 가장 잘 생기지만 비만한 경우, 만성 포도알균 보균자, 면역 결핍 질환자에서 더 잘 생긴다. 종기와 여드름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여드름은 피지 분비의 증가와 함께 모낭의 피지선에 염증이 생긴 경우로 이때는 프로피오니박테리움 아크네스(P.acnes)라는 균이 관여하여 생기게 되며 진행 양상도 달라서 종기와는 구분된다.

뾰루지처럼 작게 잡힌 모낭염 상태를 방치하고 시간이 지나면 종기가 되면서 초기에는 단단하고 만지면 아픈 붉은 결절로 시작했다가 점차 커지면서 통증이 심해지고 고름이 잡힌다. 이를 화농이 되었다고 한다. 종기가 더 심해지면 손가락으로 가볍게 눌러도 움푹 팰 정도로 물렁물렁해지고, 더 완전히 곪으면 어느 순간 고름이 터져 나온다. 이때는 터져 나온 고름을 닦아주면서 고름 주위를 눌러 고름을 짜주면 된다. 고름을 짜주면 서서히 피부가 아무는데 2∼3주가 지나면 흉터나 색소 침착을 남기면서 치유가 된다. 거무스름하게 침착된 색소는 그냥 놔둬도 수개월에 걸쳐 점차적으로 옅어진다. 종기나 모낭염 모두 세균성 질환이므로 이런 경우에는 항생제를 투여해야 한다. 항생제를 너무 일찍 사용하면 화농이 지연된다고 민간에는 알려져 있는데 이는 매우 잘못된 속설이므로 무조건 빨리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종기가 났다 해도 약한 경우에는 국소적인 증상만 있고 전신 증상은 없지만, 여러 개의 종기가 합쳐진 큰 종기(carbuncle)의 경우에는 발열이나 오한, 몸살과 같은 전신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이럴 때는 전신적인 항생제 투여가 필요하다. 또한 종기 주위에 연조직염이나 다른 피부 감염이 동시에 생겼을 때, 코 주위나 콧속, 귓속에 생긴 종기, 종기 병변이 크고 자주 재발하는 것은 대부분 포도알균에 의한 것으로 페니실린이나 1세대 세팔로스포린(cephalosporin)계열의 항생제를 투여하게 된다.

<도움말=강진수 강한피부과 원장>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