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삼성SDI 지분도
각각 1% 매입해 전운 고조
주총 전후 법적대응 가능성

한국 자본시장이 해외 헤지펀드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있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기업지배구조와 경영권 방어 장치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월 3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 61개사의 주식소유 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수가 있는 상위 10개 대기업 집단의 총수 지분율은 0.9%에 불과했다.

하지만 계열사, 임원 등이 보유한 주식을 포함한 내부지분율은 53.6%에 달했다. 결국 1%도 채 안 되는 지분을 가진 총수가 50%가 넘는 지분을 보유 중인 계열사 등을 지렛대 삼아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상당수 대기업의 지배구조가 이처럼 취약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는 달리 포이즌필이나 황금주 등 다양한 경영권 방어수단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같은 헤지펀드들이 한국 자본시장을 먹잇감으로 노리는 배경이다.

해외 헤지펀드의 국내 자본시장 공격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둘러싸고 삼성그룹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엘리엇이 최근 삼성SDI와 삼성화재 지분도 약 1%씩 매입한 것으로 확인돼 그 속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SDI와 삼성화재가 각각 삼성물산 지분 7.18%와 4.65%를 보유한 대주주라는 점에서 이번 엘리엇의 움직임을 두고 목적이 있는 지분 투자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상법상 1%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이사와 회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는 만큼 엘리엇이 이번 지분 매입을 발판삼아 오는 17일 있을 삼성물산 합병 주주총회 전후로 다양한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엘리엇은 최근 다른 헤지펀드들도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엘리엇과 비슷한 성향의 헤지펀드인 메이슨캐피털은 삼성물산 지분 2.2%를 최근 매입했는데, 두 헤지펀드는 지난해 미국 정보기술(IT)업체인 EMC 주식을 함께 사들인 뒤 자회사 매각을 요구하는 등 공동보조를 취한 적이 있다. 영국계 헤지펀드 헤르메스도 지난 3일 삼성정밀화학 지분 5.02%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