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반대를 위해 각종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서울 서초구 삼성물산 본사 앞을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변호인도 국익 생각해야… 도덕적인 측면서 부적절”
“국적·인종·성별 이유로 수임 거부 못하게 돼있어”
김용준 前헌재소장이 고문… 최대표 “金, 소송 관여안해”

사전에 치밀하게 짜놓은 듯한 시나리오대로 삼성물산 합병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국내 법률 대리인 역은 법무법인 넥서스가 맡고 있다.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의 사위인 최영익(52·사법연수원 17기·사진)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넥서스가 엘리엇을 대리하고 있는 것과 관련, 법조계 안팎에서 다양한 시각이 표출되고 있다. 국내 기업과 대립하는 해외 자본이라 하더라도 법무법인이 법률대리 역할을 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관점이 있는가 하면, 국부 유출이나 국민 기업의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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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녕 전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7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변호사는 국적·인종·성별 등의 이유로 사건 수임을 거부할 수 없게 돼 있다”며 “해외 투기자본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임을 거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용만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도덕적 비판이 있을 수는 있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활동”이라고 말했다.

반면 양정숙 변호사는 “국내 기업의 영업수익이 하락세인 상황에서 몇 사람 배부르게 하는 일에 변호인들이 앞장서는 것은 좋은 현상은 아니라고 본다”며 “국익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넥서스를 이끄는 최 대표변호사는 대구 출신으로 서울 영훈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미국 워싱턴대 법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김앤장 파트너변호사를 거쳐 2000년 법무법인 우일을 설립한 최 대표는 2002년과 2004년에도 삼성과 대립했던 해외 자본(맨체스터 시큐리티즈, 헤르메스) 측을 자문하기도 했다.

조홍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자본이 외국에 가서 그런 일을 할 때 법적인 보호가 필요하듯 외국자본이 국내에서 그런 일을 벌일 때 마찬가지로 보호해 줘야 할 필요가 있지만, 내가 변호사라고 한다면 그런 일을 맡지는 않을 것 같다”며 “일본에서는 도덕적인 문제들에 대해 생각하는 변호인들을 국민들이 지지해준 결과 법률시장을 다른 나라에 뺏기지 않고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 대표의 장인으로, 박근혜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출신으로 초대 국무총리 후보에 지명되기까지 했던 김용준 전 헌재소장이 넥서스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김 전 소장의 장남 김현중 미국 변호사도 넥서스에서 일하고 있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사회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경제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고 자기 이익만 거두려고 하는 점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최 대표는 문화일보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김 전 소장은 이 일(엘리엇)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동하·이후연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