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자사주를 KCC에 처분해 의결권을 부활시키며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인베스트먼트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지만 녹록지 않아 보인다. 자사주 처분은 현재 국내 기업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일 산업계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의 적대적 M&A를 막기 위한 제도적 수단들이 필요하지만, 국내에서는 ‘전무’한 상태다. 산업계에서는 엘리엇의 행보와 관련해 외환위기 이후 각종 규제 폐지로 M&A에 무방비로 노출된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적대적 M&A에 대한 사전·사후적 방어 제도로는 주총 정관 변경을 통한 방어와 우호 지분 확보를 통한 방어가 있다. 주총 정관 변경을 통한 방어에는 주총에서 M&A 관련 결의는 평상시보다 더 많은 찬성표를 요구하는 특별다수결제도, 모든 이사를 일괄적으로 바꾸지 못하도록 하는 이사시차선임제도, M&A 표적 기업의 경영진에게 높은 상여금을 지급하도록 해 공격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황금낙하산제도, 우호주주에게 1주당 다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 의결권주식 제도 등이 있다.

또 우호 지분 확보를 통한 방어에는 기존 주주에게 신주매입할인권을 부여하는 독약조항(포이즌필), 우리사주조합의 활용, 전환사채 또는 신주인수권부사채의 발행, 자사주 취득 등이 해당한다.

김미애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과거 SK그룹에 대한 헤지펀드 칼라일의 적대적 M&A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국내 기업들은 적대적 M&A 시도를 방어할 어떤 제도적 장치를 갖고 있지 않다”며 “정상적인 기업 경영을 유지하기 위해 경영권 방어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