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29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친박근혜)계로부터 전방위적인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유 원내대표의 자진 사퇴 등 거취 문제를 논의한다.

현재 새누리당 최고위원 다수가 당·청 간 화합을 위해 유 원내대표의 사퇴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날 회의에서는 유 원내대표의 결단을 촉구하고 유 원내대표의 사퇴 시점 및 방식 문제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가 사퇴 불가 입장을 고수할 경우 최고위원들의 당무 거부나 집단 사퇴 같은 예상 밖 압박 카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유 원내대표를 보호하던 김무성 대표가 지난 주말을 계기로 ‘사퇴 불가피’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날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가 소집되자 유 원내대표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당 지도부의 최후통첩 수순이라는 분석이 당내에서 흘러나왔다. 김 대표는 오전 평택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최고위원들에게 “오후 3시에 별도의 최고위원회의가 열리는 만큼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선 유 원내대표와 관련한 발언은 삼가자”고 주문했고 사전에 조율이 이뤄진 듯 친박계 최고위원인 서청원·이정현 의원은 이날 개인 일정을 이유로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태호 최고위원은 “당·청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말 가슴 아픈 얘기지만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유승민(원내) 대표가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해 오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뤄질 유 원내대표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예고했다.

친박계 내부에서는 유 원내대표의 자진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예상하에 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인 유 원내대표에게 사퇴의 명분을 주는 방법까지 논의되고 있다.

친박계 맏형이면서 유 원내대표와도 각별한 사이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가 모두를 위해서 아름답게 사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을 7월 초 국회 본회의에서 무력화시킨 뒤 자진 사퇴하는 퇴로를 열어주자는 것이다.

김 대표도 유 원내대표에게 사퇴라는 단어를 거론하진 않았지만 “이건 옳고 그름의 싸움이 아니다. 나라를 위해 길게 보자”면서 유 원내대표가 억울하더라도 결단을 내려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만용·이화종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