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도 “드릴 말씀 없다” 반복
자칫 또다른 논란 부를까 우려

일각 “아직 입장정리 못한 듯”

청와대와 당내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9일 오전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유 원내대표의 측근들도 “할 말이 없다”고만 했다.

유 원내대표 측의 무대응은 박근혜 대통령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친박계 측의 공세에 정면으로 대응할 경우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며 일단 사태 추이를 지켜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 원내대표가 더 시간을 두고 ‘명분 있는’ 사퇴의 타이밍을 고민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경기 평택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제2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문제에 대해서만 발언했다. 제2연평해전 13주기 추모식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도 수차례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답했다. 유 원내대표와 가까운 의원들도 최대한 언론과의 접촉을 피한 채 “상황 변화가 없다”거나 “할 말이 없다”고만 했다. 다만 유 원내대표는 전날 김무성 대표와의 오랜 통화에서는 ‘사퇴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유 원내대표의 계속된 침묵에 대해 한 새누리당 의원은 “(사퇴 여부에 대한) 입장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며 “유 원내대표의 성격상 사퇴 결심이든 원내대표직 고수든 어떤 입장이 정리되면 공개적인 발언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여권에서는 유 원내대표가 이날 오후 3시 자신의 거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별도의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나름의 입장을 밝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유 원내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은 데에는 지금 상황에서 자칫 입을 열 경우 또 다른 논란의 빌미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의원들의 공세가 권력투쟁의 의도를 깔고 있는 만큼 즉자적인 대응이 도움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 상당수가 유 원내대표에게 ‘사퇴 불가’ 입장을 전한 것도 부담이다.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계파 갈등 양상으로 확산되며 오히려 거취에 대한 결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생각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여권 일각에서는 유 원내대표가 원칙을 중시하는 만큼 시간을 두고 사퇴의 명분과 타이밍을 재고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