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23일 ‘서민금융 종합대책’을 또 내놓았다. 은행 문턱을 넘기 어려운 저소득·저신용자의 고금리 부담은 덜어주되 빚 갚을 의지가 강한 이들에겐 더 많은 지원을 하겠다는 게 요체다. 우선, 대부업법상 최고 금리를 연 34.9%에서 29.9%로 낮췄다. 20%대 인하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부업체 이용자 등 270만 명이 4600억 원의 이자 경감 혜택을 받게 된다. 미소금융 등 4대 서민금융상품 대출액도 연간1조2000억 원 확대하고, 수혜자도 연간 13만 명 늘린다. ‘자활(自活) 패키지’도 눈에 띈다. 올해 신용회복위원회 등에서 채무 조정을 받는 이들 중 1000명을 추려 일자리를 제공하고, 인건비 일부를 저축하면 정부가 두 배 이상을 매칭 저축해 돈을 모을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게 일례다.

이번 대책은 종전 처방들에 비해 세심하고 실효성 있는 내용들이 비교적 많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11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부각되고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도 확실해진 시점에 나온 정책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한편으론 정부가 그간 숱하게 쏟아냈던 ‘땜질식’ 처방의 아류가 되지 않을까 적잖게 우려된다. 가장 걱정되는 대목은 금리 인하 여파로 불법 사금융 시장이 커지는 ‘풍선효과’다. 수익성 압박에 시달리는 대부업체들이 신용등급 최하위층을 외면하면 이들은 불법 사채 시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리스크에 상응한 금리를 추구하는 대부업체들만 탓할 순 없는 노릇이다. 정책금융 대상을 넓혀 이들을 최대한 흡수해보겠다고는 하지만, 정책금융 확대에도 한계가 있다.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기존 바꿔드림론의 경우 연체율이 너무 높아 기금 고갈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고 당장 금리 낮춰주기 식의 대증 요법을 남발해선 안 된다. 금융 당국은 더 이상의 대책은 없다는 각오로 각 대책들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촘촘히 점검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진력해야 한다. 가계부채의 근본 해법은 저신용자들이 자활 일자리를 얻고, 자신의 소득으로 빚을 갚게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정부와 국회는 물론 각 경제 주체들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성장률 높이기에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 서민금융업체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을 튼실히 하는 정책 개발도 소홀히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