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부채가 1100조 원을 넘어서면서 소비를 위축시키고, 금융시장 안정성을 위협하는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금리 인상기에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가계부채 총량 제한과 같은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계 채무 조정 정책에 성공한 미국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아산정책연구원이 발간한 ‘팍스 아메리카나 3.0’에서 가계부채 감축이 소비 지출을 회복시키고, 이는 다시 투자와 고용을 늘려 가계 소득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가져온다며 미국 부채 감축 프로그램의 성과를 소개했다. 오 교수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개인 소비 지출이 회복되려면 가계부채가 충분히 줄어야 한다’는 인식하에 ‘가계부채 감축 프로그램’과 ‘주택저당채권 매입정책’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미국 정부는 전체 가계부채의 1.9%를 탕감해주는 강력한 채무 재조정을 실시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 2008년 135%였던 미국의 가계부채 비율(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3년 105%로 떨어졌다. 또 미국 개인 소비 지출 증가율은 2012년 1.8%에서 2013년 2.4%로 상승했다. 부동산 경기와 비주택부문 기업 투자도 늘어나면서 미국 경제는 글로벌 경기 불황 속에서도 홀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미 정부의 전방위적인 노력에도 가계부채 비율을 30%포인트 줄이는 데 6년이 걸린 상황에서 2013년 현재 161%인 한국 가계부채 비율을 민간소비 회복 시점인 100∼110%까지 낮추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가계부채는 단기적으로 소비를 위축시키고, 장기적으로 금융 시스템의 불안정을 높일 우려가 있다”며 “가계부채 증가율을 가계소득 증가율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가계부채 총량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